시승

[시승기] SUV도 스포츠카가 된다 인피니티 QX50

차체 11cm 길어져 골프백 4개 넉끈
3.5L V6 엔진은 329마력 괴물

기사승인 [2016-02-19 09:54], 기사수정 [2016-02-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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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스타 임유신 에디터, 아시아투데이 강태윤 기자 = 인피니티가 모델 이름까지 바꾸며 혁신적 변화에 나섰다. 한꺼번에 대변신을 할 수는 없다. QX50은 변화의 폭에 있어서 후순위지만 공간 확대라는 개벽을 이뤄 냈다.

인피니티는 변신중이다. 1989년 닛산의 고급 브랜드로 탄생해 27년 이 흐른 지금 고급 브랜드로 온전하게 자리잡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인피니티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 일본 브랜드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뿐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신해야 한다. 지금 인피니티는 새로운 변혁의 시기를 맞이했다.

디자인을 새롭게 정립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G세단의 후속인 Q50을 시작으로 인피니티의 변신이 시작됐다. 세단과 쿠페는 Q, SUV와 크로스오버는 QX로 이름을 정리했다. 디자인은 한층 근육질을 강조한 역동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이런 변신은 모든 모델이 일순간에 이뤄질 수 없다. 자동차는 개발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순차적으로 시일을 두고 바꿔야 한다.

풀모델 체인지가 이뤄지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페이스리프트 수준에 머무는 정도로 변화에 동참하기도 한다. QX50은 D세그먼트 크로스오버다. 예전 EX라고 부르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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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는 긴 보닛과 낮은 전고, 경사지게 꺾여 내리는 트렁크 라인, 커다란 휠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크로스오버다. 한눈에 보기에도 실용성보다는 매끈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성능을 강조한 모델로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인피니티 특유의 강력한 가속력을 발휘해 달리는 맛은 짜릿했지만 공간 활용도는 떨어졌다. 앞좌석 위주로 타는 차 성격이 강했다. QX50도 EX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스타일이나 차체 형태는 EX때 그대로다.

Q50 세단의 그릴과 비슷한 그릴, 범퍼 하단의 장식과 램프 배치가 조금 달라 보일 뿐이다. 브랜드 전체의 큰 변화 속에서, 완전한 변신은 후순위로 밀렸다고나 할까? 이름만 바뀌는데 그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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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0 닮은 그릴로 디자인을 통일했다.

정작 변화는 눈치 채기 힘든 부분에 숨어 있었다. 차체가 길어졌다. 무려 11㎝다. 스타일 변화가 적은 탓에 길이 차이가 눈으로는 감지가 되지 않았다. 휠베이스도 8㎝나 길어졌다.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이 11㎝ 늘어났다. 늘어난 실내 공간은 235L나 된다. 이 정도면 굉장히 큰 변화다.

EX는 뒷좌석이 좁고 트렁크가 작은 차였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해 공간을 포기했다. 이렇게 바뀌었으니 이름이 바뀐 값을 톡톡히 해낸다. 뒷좌석에 앉으니 무릎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다. 시트도 푹신해서 매우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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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가 길어져서 뒷좌석 공간이 아주 넓어졌다.

트렁크도 넓다. 경사진 트렁크 라인 때문에 위로는 높지 않지만 바닥 면적은 널찍하다. 골프백 두 개가 가로로 들어간다. 트렁크 및 뒷좌석 공간 활용은 매우 편리하다. 트렁크 안에 있는 전동 스위치를 누르면 뒷좌석이 자동으로 접히고 세워진다. 세우는 것은 운전석에서도 할 수 있다. 고급차는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는 편의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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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골프백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롭다.

2열을 접으면 아주 널찍한 공간이 생긴다. 요즘은 멋을 위해 크기나 공간을 무시하던 차들이 거주성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는다. 개성을 버리면서까지 덩치 키운다. 보편성을 높여 많이 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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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50은 경우가 좀 다르다. EX에서 QX50으로 바뀌면서 공간은 대폭 커졌지만 겉에서 보면 티가 나지 않는다. 개성과 정체성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거주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인피니티 특유의 강력한 쏘는 맛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엔진은 가솔린 자연흡기 3.7L V6다. 예전에는 가솔린 세 단이나 SUV들이 3.5L 전후의 V6을 많이 얹었다. 고성능 모델까지는 아니어도 강력한 힘으로 달리는 쾌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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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L 329마력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가속이 호쾌하다.

그런데 이제는 2.0L 터보와 디젤엔진 보급이 늘면서 3.5L 전후 가솔린 V6 엔진이 확 줄어들었다. QX의 엔진은 그래서 더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최고출력은 329마력, 최대토크는 37㎏·m다. 요즘은 고성능 터보 엔진 차가 많아져서 300마력도 우습게 여겨지지만 자연흡기 300마력대면 얘기가 달라진다.

변속기는 7단 자동이고 네 바퀴 굴림이다. 가솔린 엔진답게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찬찬히 속도를 올리고 정속 주행하면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는 사실을 알리는 정도의 얌전한 소리만 내뱉는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그 제서야 본성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엔진음을 내뿜으며 호쾌하게 속도를 올린다. 토크가 누적되면서 점차로 강력해지는 자연흡기 특유의 가속력이 짜릿하기 그지없다. 가속 페달을 힘줘 누를 때마다 불쑥 불쑥 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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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회전대로 갈수록 힘으로 충만해지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게 네 바퀴로 전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을 실제로 재보니 6.3~6.5초가 걸린다.

7단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주행에 걸맞은 성능을 발휘한다. 단수를 올릴 때에는 부드럽게 회전수가 떨어지고, 단수를 낮추면 순식간에 회전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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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액셀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이내 단수를 낮춰 운전자의 의도와 실제 가속 사이의 시간 차이를 최소화한다. 강력한 엔진과 스마트한 변속기가 어우러져 가속의 경쾌함을 배가시킨다.

QX는 네 바퀴 굴림이다. 스티어링은 뻑뻑하다. 달릴 때에는 그나마 좀 나은데 저속이나 주차할 때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하체는 단단하다. 네바퀴로 바닥을 움켜쥐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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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반응은 정직하고 중립을 지향한다. 급격한 움직임에도 자세를 흔들리거나 앞뒤가 틀어지는 정도가 미약하다. 크로스오버지만 세단과 별반 다를바 없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달리는 재미만큼은 독일차가 부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부드럽게 변하는 독일차보다 더 하드한 면모를 지녔다.

연비는 그럭저럭이다. 복합연비는 1L 에 8.3㎞이고, 고속도로 연비가 10.1㎞ 로 겨우 두 자리를 넘는다. 시승하는 동안 고속화도로 위주로 달리고 잠간 속도를 내봤을 뿐인데도 연비는 6㎞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름값이 아무리 싸졌다 해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연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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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실내 공간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쏘는맛은 QX50의 매력이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EX의 잔재는 곳곳에 남아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아직 과거형이다. 오래된 듯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버튼 구성이나 소재의 질감 등이 고급차 타이틀에 맞지 않는다. 계기반 가운데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떨어져서 도트가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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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모니터는 8비트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처럼 해상도가 아주 떨어지고 번진다. 그런데 같은 화면에서 국산 맵이 들어간 내비게이션은 해상도가 높게 구현된다. 시스템의 호환성에서 뭔가 해결하지 못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QX50은 EX에서 이름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인피니티의 특성을 잘 간직한다. 약점이던 공간마저 티나지 않게 교묘하게 늘려 거주성도 좋아졌다. 출시가는 5140만원으로 여러 부분을 개선해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이전보다 330만원 내린 가격이라고 한다. 현재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으로 5090만원에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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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체인지급 변화가 아니라서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이름 변화에 맞춰서 공간 확대라는 굵직한 변화는 이뤄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바뀐 이름값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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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길이와 휠베이스가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