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독일차 대세를 잠재울 대표 인피니티 Q50

고속 급제동서 탁월한 브레이크
BMW 320d 타깃으로 충분

기사승인 [2016-01-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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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0 (12)
Q50은 디자인을 바꾸고 디젤 엔진을 추가하면서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모빌리스타 강병휘, 김성원 에디터= 인피니티 Q50의 목표는 명확하다. 뒷바퀴굴림 세단에 운전의 재미를 담았다. 그리고 독일산 스포츠 세단을 겨냥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Q50의 칼 끝은 BMW 3시리즈를 향한다.

독일차와 일본차 사이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격차가 존재 한다. 특히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실제 성능이나 완성도는 많이 좁혀졌지만 선입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런 선입견을 깨뜨리는 차가 인피니티 Q50이다.

일본차로는 드물게 독일 스포츠 세단과 대등한 경쟁을 펼친다. 정말 그럴까? 인피니티 Q50 2.2d를 타고 초고속 주행부터 구불거리는 국도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스포츠 성능을 점검했다. 콧대 높은 BMW F30 320d 오너들은 바짝 긴장해야겠다. 2016년형 Q50 디젤 모델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SCR 방식으로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예전처럼 벤츠에서 가져온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7단 자동변속기도 그대로다. 인피니티는 일본 브랜드 세단으로는 유일하게 디젤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트렁크 바닥 공간에 애드블루 탱크를 수납해 적재 공간이 소폭 작아졌다. 알려주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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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조금 떨어졌는데, 연비 시험 기준 변화에 따른 하락일뿐 파워트레인 자체의 효율은 떨어 지지 않았다. 개선점은 여기까지다. 새로운 유로6 대응 엔진으로 무장한 Q50이 독일 스포츠 세단 들을 위협할 수 있을까? 성능면에서는 우선 출력 변화가 없다. 2.2L 배기량으로 40.8 kg·m의 넉넉한 토크를 뿜어내지만, 고회전 영역 토크 커브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최고출력은 170마력에 그친다. 이미 2L 디젤로 190마력대를 내는 파워트레인이 하나둘 등장한 후라 상대적으로 출력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정지 가속에서는 답답함이 크지 않지만 추월 가속에서는 차체가 무겁게 따라오는 느낌이 확연하다. 가속 페달에서 힘을 뺄 때마다 엔진룸 우측에서 터빈 압력이 차고 빠지는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 퍼지며 스포티한 감성을 자극한다. 청각적 역동성과는 별 개로 실제 가속은 190마력대의 경쟁자들을 추격하기에는 미흡하다. 더 강력한 출력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차체를 지녔기에 벤 츠의 2.2L 디젤 유닛 중 204마력 하이부스트 버전이 욕심날 뿐이다.

공차중량이 1.8톤에 이르는 Q50은 가벼운 차가 아니다. 무게를 감안하면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지만 경쟁자와의 판세를 뒤집 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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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오르자 기대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군의 실력이 드러난다. 바로 서스펜션이다. 저속에서는 스프링의 강도와 감쇄력의 조 화가 어긋난 듯, 요철을 지날 때 차체에 가해지는 진폭이 상당했다. 댐핑 압력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너무 강력한 스프링 계수를 적용한 게 아닌가 싶은데 특히 저속으로 속도 방지턱을 통과할 때 그런 아쉬움이 묻어났다.

고속도로로 나가자 대반전이 이뤄진다. 속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강력한 그립을 만들어내며 노면을 움켜쥔다. 스포츠 세단의 원조격인 BMW F30 과 비교해도 고속주행 안정성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고속주행 을 즐기는 스포츠 세단 운전자들이 만족할 높은 주행 질감을 보장한다.

기어비는 각 단별로 약 시속 40km씩 속도 영역을 책임진다. 시속 200km에 도달하면서 6단으로 바뀐 후 최고 속도까지 올라간다. 7단 기어비는 항속용이다. Q50 2.2d 모델의 최고속도 는 시속 220km 정도다. 차체 전면 면적과 디자인, 엔진 출력을 고려할 때 별다른 동력 손실 없이 남김없이 힘을 잘 뿜어낸다.

고속 접지력은 코너를 만나도 그대로 유지된다. 전륜에 더블 위시본을 조합한 서스펜션은 스포츠 세단 후발주자로서 고민한 흔적이다. 스트럿 타입을 쓰는 독일 스포츠 세단이 고속 코너링 에서 바깥쪽 타이어에만 의지하는 느낌이라면, Q50은 전륜 좌우 두 바퀴의 사이드월까지 남김없이 활용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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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을 돌린 만큼 앞부분이 제대로 돌아준다. 대신 롤링은 강하게 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셋업이 좌우 하중 이동의 적극적 활용을 돕는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을 통해 스티어링의 무게감도 조절 가능하다. 무게감이 무거운 스포츠 모드보다 노멀 모드의 피드백이 더 자연스럽다. 독일 세단을 넘어서는 묵직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1단 기어에서는 자연스럽게 파워 슬라이드를 구사할 수 있다. 뒷바퀴굴림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인데, 넉넉한 휠베이스의 차체가 가세해 콘트롤이 쉽다. 2.2L 디젤의 막강한 토크를 앞세워 연 기 자욱하게 번아웃을 하며 출발할 수도 있다.

최고속 주행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245mm 19인치 광폭 던롭 타이어가 악착같이 아스팔트를 파고들며 빠르게 속도계 바늘을 떨어뜨린다. 페달 감각이나 제동할 때 차체 자세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브레이크 장치의 열 내구성도 인상적이다. 몇 차례 연거푸 반복된 고속 급제동에서 단 한 번도 저더(Judder)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저더 현상은 단시간에 브레이크의 열 방출 능력을 넘어서는 제동 마찰열이 집약되는 경우, 디스크 형상이 변 형되면서 생기는 진동 증상이다. 고속 급제동 한두 번으로는 쉽게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승에서는 측정하기 쉽지 않은 브레이크 성능 평가 지수다. 저더 현상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열 배출 용량 설계가 충분하고 디스크의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디스크 변형으로 인해 부품 교환 주기가 짧아질 확률도 줄어든다. 같은 급 여러 차들이 저더 현상에 취약한 상황을 감안하면, 브레이크 성능에서 인피니티가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였 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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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특유의 오묘한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


운전석을 감싸는 콕핏 디자인도 우수하다. 계기는 명료하고 시트 포지션은 나무랄 곳 없다. 상하 듀얼 스크린 방식 센터페시아는 주행 중 변화하는 G포스를 표시하는 기능까지 담았다.
D 세그먼트 기준으로 공간은 여유롭고 마감은 뛰어나다. 가족과 함 께 탈 때에는 순진한 양의 탈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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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다.


효율을 생 각하고 정속 주행을 시작하면 연비 미터는 평탄한 지형에서 1L에 22~24km를 오가기도 한다. LED 헤드램프는 어둠 속에서 차선을 또렷하게 비춘다. 오디오는 볼륨을 크게 높여도 사운드가 부드럽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두루 어필할 수 있는 팔망미인의 면모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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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가 주도하는 디젤이 주류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인피니티는 뜨거운 피가 끓던 3.7L V6 가 솔린 엔진 대신 유로6 2.2L 디젤 엔진으로 새롭게 승부수를 뛰운다.
조금 더 강력한 심장이 아쉽지만 Q50은 스포츠 세단으로서 기본기가 훌륭하다. 여전히 독일 스포츠 세단의 대안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녔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 세단 가망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후보다.
여기에 인피니티 고유의 멋진 근육질 보디, 합리적인 가격, 내구성, 그리고 연비 경제성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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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시리즈 오너들이 고속도로에서 Q50을 만난다면 바짝 긴장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