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의눈] 대기업 봐주기로 끝난 '카센터 전쟁'

기사승인 [2013-06-20 06:01], 기사수정 [2013-06-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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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산업부 차장


아시아투데이 김영민 기자 =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자동차 '부분 정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동네 '카센터'로 불리는 부분 정비업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정해 대기업의 진출과 확대를 막아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자동차 부분 정비업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해 있는 대기업은 완성차, 타이어 제조사, 정유사, 보험사 등이다.

이에 동반위는 부분 정비업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부분 정비업 확대를 가맹점 총량 기준으로 앞으로 3년간 매년 2%로 제한하는 조건부 결정을 내렸다.

타이어·정유사·보험사들이 앞으로 부분 정비업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완성차 업체들에게만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의 부분 정비업 가맹점 추이를 보면 최근 5년간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경기 탓도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업 가맹점과 일반 카센타가 난립해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각각 블루핸즈, 오토큐라는 브랜드로 부분 정비 가맹점을 관리하고 있는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가맹점 수는 1600여개에 달하며, 매년 생겨나고 없어지는 가맹점 수가 비슷해 수년 동안 정체된 상태다.

따라서 동반위의 2% 제한은 완성차 업체들이 가맹점을 충분히 늘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동반위는 대기업의 부분 정비업 확대를 신도시·혁신도시 진출이나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로 국한했다. 하지만 이미 포화된 카센터 시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어서 이 또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부분 정비업이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지만 대기업이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은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카센터 사업을 유지·확대하려는 이유는 가맹점 확대를 통해 자사 부품 유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대·기아차는 가맹점에게 현대모비스의 순정부품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가맹점을 유지·확대하려는 속셈이다.

결국 동반위가 부분 정비업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업종별 여건과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은 기대하기 힘든 모양새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