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의눈] 현대차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다

기사승인 [2013-02-05 06:03], 기사수정 [2013-02-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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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우 기자



아시아투데이 송병우 기자 = 3대 거짓말이 있다. 노처녀의 "시집 안 가", 노인의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그리고 장사꾼의 "남는 게 없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차값을 내리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 3일 대당 5126만~7060만원의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을 선보였다. 기존 모델보다 43만~96만원 올랐지만 개선된 성능을 감안하면 150만원 이상의 인하라는 회사 측 설명이다. 

기아차도 K9 가격을 내리며 "첨단 옵션을 기본적용하고 가격을 291만원 할인해 총 650만원이나 인하했다"고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가격인하 정책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완성차 업체의 한 임원은 "그동안 얼마나 마진이 많이 남았으면 한번에 수백만원씩이나 내릴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이 정책은 내수위기론이 불거지고 나서야 발표됐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마진율은 적게는 5%에서 고급대형차의 경우 30~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에쿠스나 K9급의 차 한대를 팔면 30%가 넘게 남는다"고 귀뜸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국내에서 차값 상승을 주도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불만이 아니다. 가격차별로 비판받던 해외시장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제값받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말 부사장 직급이던 국내영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격시켜 영업부문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재경본부장은 여전히 부사장급이다. 차량 가격 책정을 소비자와 더 밀접한 영업본부가 주도하라는 의미다.  

현대차 직원들은 가끔 "현대차에 좋은 것이 우리나라에도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일면 타당하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 이뤄낸 성공과 우리 경제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막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현대·기아차를 '비싼 국산차'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자국의 고객 없이는 내수위기 탈출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피아트가 그랬고 푸조도 그랬다. 국민의 80% 이상이 탄다는 현대·기아차의 가격 거품이 더 빠져야 하는 이유다. 정말로 현대차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