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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렉서스, 불가능에 도전하다"…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서 '뉴 LC' 타보니

기사승인 [2017-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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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_Lexus Experience Amazing Day Q&A Session (4)
지난 15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17 렉서스 익스피리언스 어메이징 데이’에 참석한 사토 코지 렉서스 수석엔지니어(상무이사)가 ‘뉴 LC500’의 상품성을 설명하고 있다./제공 = 토요타코리아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전해야 한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이 렉서스 ‘뉴 LC’의 콘셉트카인 ‘LF-LC’의 양산을 결정하면서 한 말이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쿠페 뉴 LC는 ‘2012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LF-LC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일반적으로 신차를 개발할 때 디자인팀과 엔지니어팀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개발 가능한 모델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수차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LC의 경우 초기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개발을 시작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콘셉트카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차량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전과제였다. 그러나 당시 브랜드 최고책임자였던 아키오 사장은 과감한 결정에 따른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엔지니어팀은 기존 디자인을 수정하지 않고 실제 차량으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토 코지 렉서스 수석엔지니어(상무이사)는 뉴 LC500의 탄생 배경을 이같이 술회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린 ‘2017 렉서스 익스피리언스 어메이징 데이’에서 LC의 개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승에 나섰다. 이날 시승은 철저히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시승 차량은 LC500과 LC500h 두 모델로, 4.3km의 서킷을 각각 3바퀴와 6바퀴를 돌았다. 주행 모드는 전 구간 스포츠 플러스를 유지했다.

먼저 오른 LC500h에는 V6 3.6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탑재돼 최고출력 359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뿜어낸다. 가장 큰 특징은 변속 시스템이다. LC500h에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유단 기어를 조합한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전기모터 2개의 E-CVT에 아이신 4단 CVT를 더했다. 4단 CVT의 1단은 1~3단, 2단은 4~6단, 3단은 7~9단, 4단에는 10단 가상기어가 맞물려 10단 CVT에 준하는 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사진자료_Lexus LC 서킷 드라이빙 (3)
렉서스의 플래그십 쿠페 ‘뉴 LC500’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주행 모습./제공 = 토요타코리아


LC500h를 시승하는 동안 사토 고지 엔지니어가 강조했던 ‘운전의 즐거움’과 ‘리듬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출발선을 넘어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도달, 기자를 코너 구간으로 숨 가쁘게 몰아붙였다. 빠른 변속 시에도 RPM(분당 회전수)이 떨어진다거나 힘이 손실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움직임은 마치 리듬을 타는 듯 가벼웠다.

이 차의 백미는 코너링이었다. 다음 코스가 블라인드 코너이어서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지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고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저중심 차체와 영리한 가변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경사가 심한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고, 스티어링 휠 반응 역시 민첩했다. 코너를 돌기 위해 속도를 줄일 때마다 ‘우웅웅’하는 앙칼진 배기음은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다음은 LC500 차례였다. V8 5.0ℓ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477마력, 최대토크 55.1kg·m의 폭발적인 성능을 갖췄다. 여기에 렉서스 최초로 개발된 다이렉트-시프트 10단 변속기가 맞물려 응답성을 높였다. 특히 정밀한 클러치압 제어를 통해 D레인지에서 약 0.2초, M레인지에서 0.1초라는 경이로운 변속 속도를 달성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5초에 불과하다.

LC500h와 달리 묵직한 배기음과 실내로 전해지는 잔진동은 질주 본능을 일깨웠다. 직선 구간과 코너 구간에서 잦은 페달 조작에도 효율적인 변속과 출력 전달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특히 시프트다운 시 터지는 배기음은 긴장감은 물론 스포츠카의 감성을 원하는 운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면서 10단 변속기의 필요성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단 기어에서 기어비가 길어졌을 때 순간 속도를 낮추면 차체가 살짝 움찔거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LC500에 10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사토 엔지니어는 “가속 시 변속의 일정한 리듬과 운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10단이 최적이라 판단돼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렉서스는 LC가 단순한 플래그십 쿠페가 아닌 렉서스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렉서스=하이브리드’라는 공식을 넘어 렉서스 브랜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의지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두 차량이 제시하는 감성은 명확한 차이가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세라티 등 유럽 고성능차 브랜드와 필적한 만한 경쟁력을 분명히 갖춘 차다.

렉서스 뉴 LC500과 뉴 LC500h의 가격(부가세 포함)은 각각 1억7000만원, 1억8000만원이다.

사진자료_Lexus LC 계기 (2)-tile
렉서스의 플래그십 쿠페 ‘뉴 LC’의 계기판과 실내공간./제공 = 토요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