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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 SUV·픽업트럭 등 '맞춤형 전략'으로 美 공략 절실

기사승인 [2017-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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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18년형 싼타페’./제공 = 현대자동차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올해 들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중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12개의 차종 중 세단의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싼타페·투싼 등 2종의 SUV 차종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 중형 SUV 공급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늘릴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는 중형 SUV에 편중된 전략을 펴기보다는 미국 맞춤형 대형 SUV·픽업트럭 개발을 통한 중장기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23만1842대 중 싼타페·투싼이 포함된 SUV는 총 6만8689대가 팔렸다. 특히 두 차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전년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는 올해 싼타페 공급량을 6만5000대로 지난해(3만6000대)보다 약 81% 늘리고 소형 SUV ‘코나’를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해 SUV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G80·G90)를 포함해 총 12개의 차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 중 싼타페·투싼 등 단 2종의 SUV 판매량이 전체 판매의 30%를 차지한다는 점은 현지에서의 SUV 인기를 반영한다. 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SUV·픽업트럭의 판매 비중이 62%를 차지하면서 SUV 선호도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3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트럼프 정부가 연비 관련 규정 완화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RV(레저용차량) 수요가 늘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소형은 물론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UV 라인업 구축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형·중형 SUV 등으로 현대차의 주력 차급이 편중될 경우 경쟁 차종의 등장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SUV는 싼타페·투싼 등 두 차종에 불과하며 픽업트럭은 아예 없다. 2015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공개한 바 있지만, 양산은 아직 안갯속이다. 대형 SUV도 2012년 맥스크루즈 판매를 중단한 이후 판매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대형 SUV·픽업트럭 출시 계획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는 저유가 지속과 미국 내 고급 SUV·픽업트럭 시장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현대차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전략 차종 개발 등 ‘맞춤형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 대형 SUV 출시 전 3년간의 공백을 코나와 기존 중형 SUV로 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대차가 이례적으로 중국 맞춤형 전략을 통해 소형 SUV·전기차 등 6종의 신차 출시 계획을 밝혔던 것처럼 미국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세단·전기차보다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