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묘하게 끌리는 차' 혼다 CR-V 타보니

기사승인 [2016-06-18 09:00], 기사수정 [2016-06-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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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2016년형 New CR-V_2


[혼다] 2016년형 New CR-V_메인데쉬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지난 15일 혼다 CR-V를 타고 서울 화곡동~인천 영종도의 왕복 100㎞구간을 시승했다.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캡틴아메리카가 생각났다. 헐크만큼 강하지도 않고 아이언맨처럼 화려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끌리는 캐릭터다.

CR-V가 그랬다. 스포츠카만큼 무시무시한 동력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세련미 넘치기보다는 투박하고 고루해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정이 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차다. 잘 달리고, 실용적인 차다.

외관은 평범한 편이다. 곡선과 직선이 균형감 있게 섞여 있다. 전체적으로 둥근 실루엣과 곧게 수평으로 뻗은 캐릭터라인이 안정감을 준다. 앞바퀴 펜터를 둘러싼 곡선이 다시 직선과 만나 뒷바퀴 펜더 곡선까지 이어져 있다. 지나치게 풍성해보이지도, 지나치게 심심해 보이지도 않는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실용성이 극대화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온통 짙은 회색이다. 소재도 고급스러움보다는 소박함을 택했다. 대시보드 아래 한 줄 우드트림이 무료함을 덜어주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아날로그 계기판, 기계식 기어박스, 적당히 단단한 시트까지 모든 것이 간소하다.

크기는 정말 크다.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넓어보인다. 좌석이 3열까지 있을 것만 같은데 2열이다. 1열, 2열 모두 넉넉하다. 높이도 실제보다 높아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선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곧장 고속도로로 나갔다. 금새 속도가 붙었다. 변속이 어떻게 되는지 몸으로는 도무지 느끼기 어려울만큼 부드러웠다. 속도가 시속 110㎞쯤 됐을 때 가속페달을 꾹 밟아봤다. 계기판을 보면 엔진회전수(rpm)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왼쪽에 크게 있다. 숫자는 8000rpm까지 써 있다. 금새 rpm이 5000 언저리까지 치솟으면서 쏘아 나간다. 5000rpm에서도 엔진소리가 과하게 들리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계 바늘이 시속 180㎞를 가리켰다.

통상 이정도 속도에 다다르면 차가 날아갈 듯 흔들려야 정상이다. CR-V는 그렇지 않았다. 묵직했다. 세단처럼 가라앉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안정감을 줬다. 묵직한 조향감이 좋았다.

가솔린 SUV답게 조용하기는 또 어찌나 조용하던지. 고요했다. 바람 가르는 소리 한번 듣기 어려웠다.

제동능력이 궁금해졌다. 브레이크를 꾹 밟아봤다. 마침 이날은 비가 많이 왔다. CR-V는 한번 미끄러지는 법 없이 섰다. 합격점.

오른쪽 사이드미러 아래 달린 카메라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차를 타다 보면 오른쪽 뒤에서 바짝 따라붙는 차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켰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차의 ‘빵’ 소리에 깜짝 놀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CR-V에서라면 그런 걱정이 필요없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영상이 뜬다. 오른쪽 사이드미러 아래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다. 영상에는 거리까지 표시된다. 빨간색 선 바깥에 차가 있다면 안심하고 차선을 하나 오른쪽으로 옮겨도 된다는 의미다.

연비는 10.2㎞/ℓ가 나왔다. 공인연비(복합 11.6 / 도심 10.6 / 고속 13.1)와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기록이지만 이날 주행이 난폭운전에 가까울 정도로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이뤄졌음을 생각하면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가격은 △EX-L 3840만원 △투어링 4020만원이다.

묘하게 끌리는 차다. 질릴 것 같지 않은 차다. 오래 탈 좋은 차, 실용적인 차를 고르고 있다면 혼다 CR-V를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