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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조개같은 차' 볼보 XC90 타보니

기사승인 [2016-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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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The All-New XC90 시승행사_주행(3)
볼보 XC90. / 제공=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 The All-New XC90 R-디자인_인테리어 (2)
볼보 XC90 모멘텀 트림의 인테리어. 9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차의 대부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조작방법이 대단히 직관적이다. 누구든 한 번만 만져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다. / 제공=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 The All-New XC90 시승행사_주행(3)
볼보 XC90 인스크립션 트림의 인테리어. 원목 우드트림과 고급스럽게 마감된 가죽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 제공=볼보자동차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볼보의 XC90는 ‘조개 같은 차’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럽다. 바위와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단단한 외관과 안전사양을 갖췄다. 일단 타면 거실 소파에 앉은 듯한 아늑함을 선사해주는 차다. 차의 모든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9인치 터치 스크린은 이 차의 백미다.

첫인상을 좌우한 것은 역시 단단해보이는 외관이다. 볼보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화살표 모양의 브랜드 마크에 먼저 시선이 쏠린다. 이 마크는 볼보가 지난 세월 쌓아 올린 안전에 대한 신뢰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누인 모양의 ‘T’자 헤드램프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 ‘토르’가 들고 다니는 ‘묠니르의 망치’를 형상화했다. 신화에서 토르가 이 망치로 천둥과 번개를 부린다. 헤드램프를 켜면 망치 모양이 하얗게 빛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번개가 서린 듯 망치 전체의 빛깔이 노란색으로 바뀌며 번쩍인다.

지난달 30일 인천 영종도 넥스트호텔~송도 경원재의 약 150㎞ 구간을 오갔다. 갈 때는 디젤 2.0(D5 AWD) 모델을, 올 때는 가솔린 2.0(T6 AWD) 모델을 탔다. 디젤 모델은 모멘텀 트림이었고, 가솔린 모델은 인스크립션 트림이었다. 볼보의 트림은 아래서부터 △모멘텀 △R-디자인 △인스크립션 △엑설런트로 구분된다.

인스크립션 모델의 인테리어는 놀랄 정도로 고급스럽다. 럭셔리 크로스오버를 원한다면 모멘텀 트림보다는 인스크립션 모델을 추천한다. 실내에서 은근한 나무향이 배어난다. 첨가된 향이 아닌 진짜 나무 향이다. 실내 이곳 저곳을 원목으로 덧댔다. 손으로 만져보니 나무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촉감이 느껴진다. 광택을 입히지 않아 인공적인 어색함이 덜하다. 시트와 대시보드는 정교하게 마감된 가죽으로 감쌌다. 고급스럽다는 말 이외에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아주 단조롭게 돼 있다. 비상등 버튼 등 몇 개 이외의 모든 쓸데 없는 버튼을 9인치 터치스크린 안에 넣었다. 터치스크린은 직관적이다. 안드로이드폰의 사용방식과 거의 똑같다. 차의 대부분 기능이 다 이 터치스크린 안에 담겨 있다. 몰라서 못 쓰는 기능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주행모드조차 이 터치스크린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터치스크린을 만지다 헷갈리면 스마트폰 화면 아래쪽 가운데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버튼을 누르면 초기화면으로 돌아간다.

시동키는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버튼 같이 생겼는데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돌리는 방식이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시동이 걸리고, 왼쪽으로 돌리면 꺼진다. 기어박스 바로 아래 있다.

디젤 모델과 가솔린 모델 모두 조용하다. 가솔린 모델은 특히 더 조용하다. 시속 190㎞에 달하는 고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한다. 디젤 모델의 경우 디젤 엔진 특유의 ‘겔겔’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디젤 모델인 줄 모를 뻔했다. 볼보 관계자에게 이 차가 가솔린 모델인지 디젤 모델인지를 누차 되물어봤다.

달리기 성능도 합격점이다. 디젤 모델도, 가솔린 모델도 시속 150㎞까지 무난하다. 가속력, 코너링, 제동력, 조향감 모두 만족스럽다. 변속은 여덟 번이나 이뤄지는데 거슬림이 없었다. 온 신경을 집중해 변속구간을 느껴보려 했지만 알 수 없었다. 엔진회전수(rpm) 계기판 바늘이 미세하게 2000 근처에서 움찔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변속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따름이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자율주행 관련 여러 기능을 체험했다.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기능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솔직해보인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반-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은 겸손에 가까울 정도다.

통상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불리는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PA)’ 기능을 켜면 알아서 가고 서고 코너를 돈다. 앞차와 차선 모두를 인식한다. PA 기능 대신 차선인식 기능만 켜도 코너에서 운전자를 대신해 조향한다. 차가 차선의 중앙을 고집하는 통에 핸들을 놓고 운전자와 자동차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반-자율주행이라는 이름대로 운전자가 손을 24초 이상 떼면 두 차례 경고음과 함께 기능이 꺼진다. 이밖에 이날 체험해 볼 수는 없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를 찌를 수 있는 길쭉한 형태의 부속품(가속페달 기둥 등)들이 자동으로 차에서 분리된다고 한다.

연비는 평균적으로 100㎞ 당 13~17리터 정도가 나왔다. ㎞당 리터 기준으로 연비를 보고 싶으면 직접 계산해봐야 한다. 100㎞ 당 13~17리터를 ㎞ 당 리터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9~7.7㎞/ℓ가 된다. 공인연비(T6 기준 복합연비 8.8㎞/ℓ)과 비교하면 조금 덜 나왔다.

이 차의 가격은 △D5 AWD(디젤) 8030만~9060만원 △T6 AWD(가솔린) 9390만~9550만원 △T8(PHEV) 모델 1억1020만~1억2780만원이다.

자녀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자동차가 좀 더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차다. 거실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자녀와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단조로운 색상은 아쉬운 점이다. 검정색, 흰색, 회색 등 대부분 색상이 무채색이다. 화사한 색상은 고르고 싶어도 고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