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하몽, 죽기 전에 꼭 맛봐야 할 100가지 음식
미쉐린 3스타 셰프 이니고 페레즈
"하몽은 투명하게 얇게 썰어야"
스페인, 전 세계 4위 돈육 생산국
기사승인 [2016-03-16 11:11], 기사수정 [2016-03-16 11:12]
| 하몽 (1) | 0 | 커팅 전문가인 후안 에르난데즈 쉐프가 하몽을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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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태진 기자 = 한국인에게 스페인 대표 음식을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 밥의 일종인 빠에야, 아니면 빵 위에 이것저것 올려 먹 는 간식인 타파스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돼지 다리를 숙성한 ‘하몽(Jamon)’이라는 답이 나온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100가지 음식 재료’ 가운데 이베리코 하몽은 단골 메뉴다. 한국인에게 김치처럼 하몽은 스페인 사람과 뗄 수 없는 사랑받는 음식이다. 하몽은 스페인의 국민작가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부터 영화 ‘하몽하몽’, 스페인의 유명 화가인 고야·벨라스케스·무리요·피카소·달리의 작품에 등장한다.
스페인백색돈육협회(INTER PORC:Interprofesional Porcino de Capa Blanca)는 2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스페인 하몽 요리 시연 행사를 했다. 주한 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 협찬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수석 셰프 출신인 ‘이니고 페레즈(Inigo Perez)’의 쿠킹쇼도 진행됐다.
안또니오 가르시아 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 참사관은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의 돈육 생산국”이라며 “매년 41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해 350만 톤을 생산하고 100만 톤(약 23억 유로)을 수출한다”고 소개했다.
| 하몽 (5) | 0 |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수석 셰프 출신인 ‘이니고 페레즈(Inigo Perez)’의 쿠킹쇼도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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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을 이용한 타파스 요리 시연에 출연한 이니고 페레즈 셰프는 “하몽은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썰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접시에 담을 때도 겹쳐지지 않게 편채처럼 가지런히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 해산물과 돼지 갈비살, 각종 채소로 만든 세 가지의 퓨전요리를 선보였다.
페레즈 셰프는 스페인 미식도시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의 수석 셰프를 역임했다. 현재 마드리드 우레츄(Urrechu) 레스토랑의 오너이다. 스페인 요리전문채널에서 진행자로 활약 중인 스타 셰프다. 그는 “스페인에 여행을 가면 다양한 하몽을 맛보길 추천한다”며 “길거리 하몽 가게에서 컵에 담아 파는 저렴한 것부터 요리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고급까지 수십 가지의 하몽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레츄 레스토랑의 20여명 셰프 가운데는 한국인도 한 명 있다. 페레즈는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면서 수십 가지 반찬을 곁들이는 한식의 다양함에 놀랐다”며 “손맛이 중요한 나물 같은 반찬은 스페인 전통 요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레츄 메뉴에 한식을 접목하는 것도 연구해보겠다”고 덧붙인다. 한식과 하몽의 궁합에 대해선 “하몽을 코리안 바비큐처럼 약간 두껍게 썰어 살짝 구워먹어도 좋다”며 “상추쌈이나 채소를 곁들이면 더 맛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연간 160만 톤의 돼지고기를 소비하지만 자체 생산은 120만 톤에 불과하다. 40만 톤을 수입을 해야 한다. 스페인은 연평균 한국에 1만 5000톤의 돈육을 수출한다. 이는 미국·캐나다·독일·칠레에 이은 5위다.
호세 라몬 고도이(Jose Ramon Godoy) 인터포크 수출 담당 이사는 “스페 인에서 ‘돼지는 버릴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돈육 산업의 비중이 커 전체 식음료 가운데 22%를 차지한다”며 “EU 국가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소개했다. 짭조름한 하몽은 와인과 맥주와 찰떡 궁합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페인 와인인 ‘이니에스타(INIESTA)’와 바르셀로나 지방의 ‘에스트렐라(Estrella)’ 맥주가 곁들여졌다.
| 하몽 (3) | 0 | 스페인 이니에스타 와인과 과일 향이 나는 에스트렐라 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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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의 등급
하몽은 소금에 절여 건조한 돼지의 다리로 만든 햄이다. 돼지에 먹이는 사료와 숙성 기간에 따라 두 등급으로 나뉜다. 하몽 고기는 백돼지와 이베리아 반도의 흑돼지로 나눈다. 백돼지는 세라노(Serrano)라고 부르며 6~12개월 숙성한다. 음식점이나 가정에서 소비하는 중저가 제품이다. 전체 하몽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이베리코(Iberico) 흑돼지 하몽은 고급품으로 소량 생산한다. 사료의 종류에 따라 최고 등급인 베요타(Bellota), 레세보(Recebo), 데세보(Decebo)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숙성은 2~4년으로 세라노에 비해 배 이상 길다. 최고 등급인 베요타는 흑돼지를 숲에서 방목한다. 비육기에는 도토리만 먹인다. 다른 등급의 돼지에 비해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게 특징이다. 레세보는 목장에서 방목한다. 사료와 도토리를 함께 먹인다, 가장 낮은 등급인 데세보는 백돼지에게 주는 사료와 같은 사료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다.
☞스페인백색돈육협회
사육에서 돈육 생산과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돈육 관련 산업을 총괄하는 비영리기관이다. 2008년 8월 스페인 농림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관련 기업의 90%가 회원이다. 스페인 육류산업은 자동차·석유·전력에 이은 4위다. 스페인은 매년 약 350만 톤(62억 유로) 이상의 돈육을 생산해 100만 톤을 수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