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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바닥론' 고개들자 긴장한 정유사

기사승인 [2016-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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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강태윤 기자 = 국제유가 ‘바닥론’이 솔솔 나오지만 정유업계에선 경계하는 분위기다. 업체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운송 비용 등을 제외한 값)이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34.8달러로 올해 저점이었던 22.83달러(1월 21일) 대비 52.43% 상승했다.

지난달 전 세계 석유 생산의 73%를 담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러시아 등이 석유 생산량 동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유량 동결 참여국을 늘리기 위해 이달 중순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유업계는 이번 유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배럴당 40달러를 넘기는 힘들다고 전망한다. 20일 예정된 산유국 회의에서 생산량 동결이 결정돼도 감산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글로벌 공급 과잉 해소는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1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거나 시장의 기대와 다른 회의 결과가 나올 경우 실망감에 따른 유가 급락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4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셰일오일 생산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가 상승론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보다는 복합 정제마진 상승이 업체에겐 더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저유가로 늘어난 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영업이익 총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1년의 7조2079억원 이후 최고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를 찍는 등 저유가 기조였지만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7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럴당 평균 11.6달러였던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평균 7.2달러까지 떨어졌다. 손익분기점인 5달러대보다는 높지만 수익성은 유가 상승과 반대로 낮아진 셈이다.

한편 업계에선 ‘유가가 상승하면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서 저유가 때보다 더 많은 마진을 남긴다’는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다. 휘발유 가격의 65%가 정부 세금, 18%가 원유 도입가, 나머지 17%를 정유사와 유통사가 나누기 때문에 폭리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류세 가운데 교통세(529원)·교육세(79.35원)·주행세(137.54원)는 무조건 붙는 정액세다. 휘발유 값은 745.89원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이 밖에 관세(원유가격의 3%)와 부가가치세(제품 가격의 10%)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행 유류세 체계는 8가지로 많아 이를 단순화해 필요한 부분만 부과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국제 원유가격 변동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량세 체계는 유지하되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