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세금 너무 많아…'기름 직구' 없던 일로

원유 가격 아무리 떨어져도
유류세 안 내리면 1300원에 묶여

기사승인 [2016-03-02 06:00]

  • 확대
  • 축소
  • 인쇄
  • facebook
휘발유소비자가격구조


아시아투데이 강태윤 기자 = 자동차에 사용하는 휘발유·경유(이하 기름)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직구)해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했다가 하루 만에 문을 닫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지난달 22일 한국 최초의 모바일 정유 직구를 내세운 ‘지름’(www.jirm.co)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이용자가 몰리면서 3시간 만에 서버가 다운되는 등 화제를 낳았다.

지름 측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하루 12만원 상당의 제품을 직구로 결제하면 10∼15일 후에 국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산 기름을 받을 수 있다”고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직구 면세 기름은 시판 기름값보다 최대 30% 싸게 공급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C1_a
지난달 22일 한국 최초의 모바일 정유 직구를 내세웠던 ‘지름’은 유류세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사진은 베타서비스 화면 갈무리.


이들이 밝힌 ℓ당 가격(운송비·관세 포함)은 중급 휘발유 1027원, 경유는 792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이 130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ℓ당 300원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지름 측의 주장은 유류세 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기름값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세금을 면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가격의 1% 정도인 관세가 전부였다.

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1344원의 구조는 이렇다. 유류세금 868원(64.6%), 원유가 및 정제비용 359원(26.7%), 유통비용 및 마진 117원(8.7%)로 구성된다. 유류세 가운데 교통세(529원)·교육세(79.35원)·주행세(137.54원)는 무조건 붙는 정액세다. 휘발유 값은 745.89원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이 기름을 직구하면 원유가격의 3%에 해당하는 관세가 면세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름이 면세 이외에 기름에 붙는 각종 세금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름의 면세유 배달 사업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기름값이 세금 때문에 비싸다’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지름이 주장한 휘발유 가격 1000원대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보다 세금 비중이 커 가격이 떨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기름값 인하의 열쇠는 6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가 쥐고 있다”며 “정유사의 이익 구조는 휘발유 가격의 약 17%를 정유사와 유통사가 나눠 가져 폭리를 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름 값이 인하되려면 정액세가 아닌 정률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가 달라진다며 반대한다.

지난달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유류세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며 “지금 유류세에 손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유류세 구조에서는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주유소 가격은 ℓ당 13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도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를 제외하면 ℓ당 500원선으로 생수 500mℓ 가격과 동일하지만 유류세를 포함하면 1370원으로 생수 1.8ℓ 가격과 동일하게 높아진다”며 “유류세 인하만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