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딸바'먹어봤니?...메르세데스-벤츠 GLA 200 CDI 4MATIC

고급세단의 품격, 다이내믹한 SUV 성능을 황금비율로 합쳤다

기사승인 [2015-11-03 06:00], 기사수정 [2015-11-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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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GLA 200 CDI 4MATIC-2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요즘은 ‘믹스(MIX)’가 대세다.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황금비율로 잘 섞으면 오리지널보다 낫다. 한동안 ‘딸바쥬스’가 유행이었다. 딸바쥬스는 딸기와 바나나를 함께 갈아 만든 생과일쥬스다. 둘의 비율을 잘 맞춰 갈아야만 딸기의 상큼함과 바나나의 감칠맛을 조화롭게 믹스할 수 있다. 물론 재료도 좋아야 한다.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A 200 CDI 4MATIC를 탔다. 고급 세단의 중후한 멋과 스포츠 DNA가 절묘하게 섞였다. 고급스러운 감각과 다이내믹한 성능이 황금비율을 이뤘다.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더니 그간 타봤던 수많은 SUV의 느낌을 강렬하게 덮어버렸다.

사실 첫인상은 당황스러웠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어봉(시프트레버)이 보이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서야 기어봉을 찾을 수 있었다. 핸들 뒤 와이퍼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어봉이 달려 있었다. 적응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 둘째날은 비가 내렸다. 무심결에 기어봉을 잡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통상 수동으로 한번 앞유리창을 닦으려면 와이퍼레버를 위로 당겨야하는데, 그랬다가는 기어를 후진에 놓게 된다. 확연히 넓어진 센터페시아가 깔끔해보이는 효과는 좋았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핸들링도,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도 묵직했다. 반응은 민감했다.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쪽 다리에 힘을 줬다. ‘왕왕’거리는 소리와 함께 엔진회전수가 치솟는다. 빨갛게 불이 들어와 있는 계기판 숫자가 왠지 더 강렬해보였다.

뻥 뚫린 도로로 나가 속도를 올려봤다. 올림픽에서 봤던 멀리뛰기 경기가 생각났다. 심호흡을 하며 숨을 가다듬듯 초반 엔진소리는 다소 요란했다.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도움닫기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선수처럼 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꿀렁거리는 변속충격이 느껴졌다. 도약. 어느 정도 속도에 이르자 그때부터는 고요해졌다. 물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카약처럼 부드러워졌다. 최고출력 136마력의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의 힘이 실감났다.

경쾌하게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가만 보니 실내 인테리어가 참 고급스러웠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동그란 모양의 에어컨 송풍구가 센터페시아 한가운데 나란히 세개 놓여 있다. 뒷바탕으로는 은근한 나무결이 편안한 무늬를 그리며 수놓아져 있다. 차량의 상태와 미디어 상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도 깔끔하게 세워져 있다. 시트는 편안했다. 허벅지 좌우와 허리 양쪽을 꼭 잡아줬다.

코너링 성능도 합격점. 대부분 코너를 아주 부드럽게 돌았다. 다만 높은 전고 탓에 아주 고속에서는 다소 중심이 흔들렸다. 경인고속도로 인천방향 종점 부근 급커브에서 가슴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고급세단의 느낌에 심취했기 때문일까. 속도계를 보니 바늘은 시속 140㎞를 가리키고 있었다. 앞선 차와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자 운전석 정면 창문 아래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경보음도 매섭다. 정신이 번쩍 든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나흘간 실연비는 14.0㎞/ℓ를 기록했다. 주말 내 시내 교통상황에 좋지 않은 탓인지 공연연비(14.8㎞/ℓ)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5050만원(4MATIC 기준)으로 적당하다. 콤팩트 SUV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차를 고려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