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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이승엽' 성능 '베컴' 디자인,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 타보니

기사승인 [2015-09-26 09:00], 기사수정 [2015-10-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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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V SPORTAGE 주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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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50홈런을 쏘아 올린 타자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격폼을 바꿔 결국 아시아신기록을 만들어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이야기다. 완벽한 타격폼을 가졌다고 주위의 찬사를 듣고 있던 타자가 기어이 작은 결점까지도 지워내며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지난 22일 기아자동차의 신형 스포티지 시승행사에서 문득 이승엽 선수의 일화가 떠올랐다. 전작인 스포티지R은 이미 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완성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차다. 기아차가 기어이 완성형 SUV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냈구나 싶었다. 디자인과 성능 모두.

신형 스포티지의 첫 인상은 사실 별로였다. 마치 2002년 잉글랜드의 미남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닭벼슬 머리’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랄까. 첫 인상은 너무 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에 빠져 드는 맛이 있었다. 보닛 위로 올라가 길게 누인 헤드램프며 연근반찬 모양으로 구멍 뚫린 알로이 휠 문양, 게슴츠레 반쯤 감긴 눈 모양으로 제작된 테일램프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은근슬쩍 사람을 매료시키는 디자인이다. 나도 모르는 새 이질감이 사라지면서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위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 차를 처음 본지 한 시간정도 지나자 여기저기서 들리던 디자인에 대한 지적도 점차 잦아들었다. ‘흉측하다’며 손가락질하던 베컴의 닭벼슬 머리를 온 국민이 따라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처럼.

이 차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도로로 나갔다. 이날의 시승코스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 로스힐스 GC의 왕복 140㎞구간.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주행성능에, 돌아오는 길에는 연비성능에 초점을 맞춰 차를 몰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타봤던 여느 차량들의 기억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강렬했다.

일단 조용했다. 디젤차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재차 동승자에게 ‘이거 혹시 가솔린인가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차는 에코·노멀·스포츠 총 3종의 주행모드를 지원하는데 스포츠모드를 켜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내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고요하게 그저 속도를 더하다 보니 어느새 규정속도를 훌쩍 넘어 시속 180㎞에 도달했다. 이 속도에서도 붕 뜨거나 흔들리는 느낌은 없다. 계기판을 보고서야 ‘너무 밟았구나’ 싶어 속도를 줄였다. 현대·기아차답게 변속은 언제 이뤄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드러웠다. 운전대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사실 당겨볼 기회도 없었다.

이날 시승에서 기록한 실 연비는 17.25㎞/ℓ(공인연비 13.8㎞/ℓ). 서울에서 춘천으로 갈 때에는 13.9㎞/ℓ가 나왔고, 돌아오는 길에는 20.6㎞/ℓ가 나왔다. 갈 때는 마구 밟고 섰고, 올 때는 크루즈콘트롤 기능에 기대 시속 90㎞를 유지하며 왔다.

가격은 부가세를 합쳐 R2.0 디젤 엔진 모델 기준 △트렌디 2346만원 △프레스티지 2518만원 △노블레스 2601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2842만원이다. 장담컨대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의 SUV를 사기는 어렵다. SUV 구매를 고민 중인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