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밥맛이 어떤지 아시나요?' 쏘나타 1.7 디젤 타보니

기사승인 [2015-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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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쏘나타 1.7 디젤 주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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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밥’이 무슨 맛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참 난감하다. 매일 하루에 세번 중 한번만 안 먹어도 허전한 것이 밥이지만, 하루 세번씩 먹으면서도 뭐라 설명하기 힘든 것이 밥맛이다.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밥 맛이 어떤지 곱씹으며 생각해보면 참 달고, 고소하고, 찰지면서도 부드럽다. 다양한 맛이 골고루 어울어져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맛있는데 별 생각 없이 먹으면 무슨 맛인지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국 사람에게 ‘밥’ 같은 차가 쏘나타다. 지난 30년간 당연하게 타던 차라 그런지 다들 쏘나타의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국민세단’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으면서도 너무 가까이 있어 ‘꼭 가지고 싶은 차’는 못 됐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쏘나타를 탔다. 길거리에서 하루에도 수백대를 보는 그 쏘나타지만 이날 탄 쏘나타는 조금 특별한 ‘디젤’ 쏘나타였다. 특별한 쏘나타라는 생각을 하고 타서인지 장점을 참 많이도 발견했다. 달고, 고소하고, 찰지면서도 부드러운 밥처럼.

익숙함을 걷어내고 하나하나 뜯어보니 평범한 차는 아니었다. 이전까지 쏘나타가 이렇게 큰 차일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운전석에 앉아서 반대편 문에 손이 닿지 않았다. 트렁크도 성인 남성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앉은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천장까지는 한 뼘이나 여유가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봤다. 쏘나타의 별명이 ‘국민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쏘나타를 세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많지는 않았다. 그냥 승용차라고 생각했지 ‘어디 세단이라는 말을 붙이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산 디젤차는 시끄럽고 울림이 클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었다.

그러나 시동 버튼을 누르고는 이 같은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디젤 특유의 ‘가르릉’ 하는 소리가 잠시간 귓가를 스치고는 곧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용했다. 이 차가 가솔린 차인지 디젤 차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속도를 높여봐도, 급가속을 해봐도 주행 내내 신경에 거슬리는 소음이나 진동은 느끼지 못했다.

성능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차체가 무거워서 그런지 처음 출발할 때 잠시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주춤’하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속도가 붙었다. 직선도로가 됐던, 급커브가 됐던 아랑곳하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국산차 특유의 부드러운 변속도 마음에 들었다.

뻥 뚫린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내달리며 각종 편의사양도 꼼꼼히 체크해봤다. 현대자동차의 첨단 기술이 이 정도 수준이었나 싶었다. 차선을 밟았다 싶으면 사이드미러에 불이 들어오면서 경보음이 울렸다. 깜빡이를 켜면 뒤에서 차가 오고 있는지도 알려줬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하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알아서 가고 섰다.

이날 기록한 실연비는 11.5㎞/ℓ. 공인연비인(16.0~16.8㎞/ℓ)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쳤지만 대부분 시승기간을 시내에서 보냈음을 고려하면 믿을 만한 기록은 아니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차라 꼭 집어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말은 못 하겠다. 다만 지금 쏘나타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있다.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이 차가 얼마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피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쏘나타 1.7 디젤 모델의 가격은 2495만~2950만원. 장담컨대 이 가격에 이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차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