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흰 턱시도 입은 새신랑' 링컨 MKZ 하이브리드

기사승인 [2015-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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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MKZ 하이브리드 (1)


2013 Lincoln MKZ Hybrid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어느 결혼식이든 그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 한다. 그러나 딱 한번 신부보다 빛나는 신랑을 본 적이 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신랑이 하얀 턱시도를 입은 채 식장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었다.

지난달 17일 한강반포공원에서 처음 만난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그때의 신랑처럼 하얀색을 입은 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마침 시승행사 중이었는지 여러 대의 검정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이 보라색 풍선을 매달고 하객들 마냥 주변에 널려 있었다. 독수리를 형상화했다는 날개모양 그릴이 더욱 커 보였다.

이 차의 속은 겉만큼이나 특별했다. 문을 열자 어서 들어와 앉으라는 듯 매너 있게 운전석 시트가 뒤로 밀려났다. 당연하겠지만 문을 닫으면 ‘윙’하면서 몸을 운전대로 밀착시킨다. 우주선을 닮은 뒷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됐다.

조작은 조금 불편했다. 버튼식 기어박스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차의 기어버튼은 센터페시아 왼편에 위에서부터 시동버튼-P-R-N-D-L 순서대로 놓여있다. 습관적으로 기어스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손을 올렸다가 허공만 휘저어댔다. 그러고 나서야 머쓱하게 버튼을 찾아 눌렀다.

시동을 걸고 D버튼을 눌렀더니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시속 20㎞까지는 에어컨 바람 소리 이외의 그 어떤 소음도 들을 수 없이 고요했다. 이렇게 큰 차가 이토록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다. 절반으로 나뉘지 않은 지붕유리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도 좋았다.

이 차의 성능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고속도로로 진입을 시도했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진입로가 꽤 혼잡했다.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미러로 끼어들 틈을 보고 있는데 거울 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이드미러 상단 가장자리를 차지한 볼록거울 때문이다. 원래 이런 거울을 사용하던 운전자면 모를까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주행성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합격점이었다. 크기나 중량에 비해 배기량(2000cc)이 작아 걱정했지만 시속 110㎞까지는 문제 없었다. 다만 전기모드에서 가솔린모드로 전환될 때 들리는 엔진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전기모드가 워낙 조용해 상대적으로 엔진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 측면도 없잖아 있다.

고속에서는 무거운 차체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안정감 있게 달리는 맛이 있다. 물론 코너링도 만족스러운 수준. 주위의 다른 모든 차들을 압도할만큼의 다이내믹은 경험하기 어렵지만 세단은 원래 고급스럽게 몰아야 제 맛이다.

하이브리드답게 연비도 훌륭했다. 나흘간 시내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몰았음에도 연비는 공인연비(16.8㎞/ℓ)에 근접하는 15.5㎞/ℓ가 나왔다. 5070~5570만원의 가격을 고려하면 성능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다만 조작하기 어려운 내비게이션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리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켜보지도 못할 뻔했다. 내비게이션을 키려면 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세모버튼을 길게 눌러야 하는데, 설명을 듣고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