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현대차 '아슬란' 타고 1000㎞ 달려보니

기사승인 [2015-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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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주행씬_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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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여럿이 당일 일정으로 급히 울산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차를 타고 다녀오자는 말에 다들 난색을 표했다. 왕복 1000㎞ 가까운 거리를 밤새 달리느니 KTX가 낫지 않겠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타고 가야할 차가 ‘아슬란’이라고 말하자 몇 몇이 관심을 표하며 KTX 표를 취소했다. 이유야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아버지가 관심 있어 하는 차라 꼭 타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해가 넘어간 지난달 27일 오후 9시 경 사람들을 하나씩 픽업하러 갔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짙은 쥐색 시승차를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멀리서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댔다. 멀리서도 육중한 덩치가 주위의 다른 차들을 압도해 눈에 잘 띈다고들 했다. 그 중 한 명은 대뜸 ‘사자의 눈’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한다.

기자가 운전한 구간은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의 첫 250㎞ 구간. 첫 느낌은 묵직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잠시 멈칫 했다가 쏘아 나갔다. 안락하다 못해 푹신한 시트 밑으로 느껴지는 단단함이 인상적이었다. 단단함과 안락함이 오묘하게 조합돼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줬다.

전면 유리 너머 선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화면이 가로등 하나 없는 새카만 중부내륙고속도로 바닥에 비쳤다. 어둠이 내려 앉은 도로는 까만색 스크린에 다름 없었다. 스크린에 투사된 빛이 속도계와 내비게이션을 그려냈다. 차체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첨단 기계가 어둠 위에 빛으로 그린 그림이 감탄을 자아냈다. 비행기 기장이 이런 느낌으로 하늘을 날까 싶었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전체가 유리로 된 아슬란의 지붕을 통해 충청도의 별 많은 밤하늘이 보였다.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도착 예정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속도를 올려봤다. 차에 탑승한 나머지 셋은 시속 140㎞를 넘을 때까지 속도를 체감하지 못한 것 같았다. 속도를 올려도, 급커브를 돌아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반응이 없었다. 간혹 차선을 밟을 때 핸들에서 느껴지던 진동소리 빼고는 고요했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껌 씹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이다.

속도계가 시속 160㎞를 넘어서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구나’ 느낄 정도의 소음이 들렸다. 이 속도를 넘어서면 약간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조금 더 가볍게 치고 나갈 수 있다. 이날 기록한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210㎞. 그 순간 내비게이션을 통해 700m 앞에 카메라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음이 들렸다. 제동력은 놀랄 정도였다. 꼼짝없이 걸렸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바닥에 오징어 흡착판이 붙은 양 ‘씁’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시속 100㎞를 줄여버렸다. 큰 덩치가 제동충격을 분산하는지 쏠림도 적은 편이다.

오며 가며 중간에 한번씩 운전자를 교체했다. 덕분에 조수석과 뒷좌석도 앉아볼 수 있었다.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 곧 잠에 빠져 들었다. 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어깨와 목이 뻐근하게 마련이지만 전동식 버튼으로 세밀하게 시트포지션닝을 하니 숙면이 가능할 정도로 조절이 됐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2열 상석에 자리잡은 한 명은 단 한번 깨는 법 없었다.

서울과 울산을 오가는 내내 주유는 5만원 한번이면 충분했다. 실 주행 연비는 9.8㎞/ℓ, 공인연비인 9.5㎞/ℓ와 비교하면 오히려 잘 나왔다. 시승기간 마지막 이틀간 시내에서 이 차를 몬 기자의 아버지는 “확실히 안락하고 조용해 좋았다”는 촌평을 남기고 “(값이)얼마냐”고 물었다.

이 차의 가격은 △모던 베이직 3895만원 △모던 스페셜 4965만원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현대차 오너였다면 추가로 100만원이 할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