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핫 해치의 아이콘 골프 GTI·GTD, 같지만 다른 매력

인제 서킷에서 비교시승...터보엔진의 힘과 안정적인 코너링으로 럭셔리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주행성능 인상적

기사승인 [2014-10-03 15:45], 기사수정 [2014-10-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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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제공 = 폭스바겐코리아


인제(강원)/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스포츠카를 몰며 속도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한 번쯤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것은 비싼 구매가격과 유지비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일상적인 도로를 주행하기에는 불편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를 대며 고성능 스포츠카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린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힘과 속도, 그리고 운전 성능을 느낄 수 있는 핫 해치는 어찌 보면 고성능 스포츠카 보다 현실적이면서 운전자의 로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핫 해치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2일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스타디움 서킷을 찾았다. 이날 달려본 골프GTI· 골프GTD는 핫 해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명성을 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인제스타디움 서킷의 특성상 업 힐과 다운 힐 코스가 많다는 점에서 골프 GTI와 골프GTD의 특징을 비교해 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서킷 주행에 나선 차량은 골프GTD. 낮은 시트포지션과 다부져 보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실내는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운전자에게 흥분을 주기 충분했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강력한 1968cc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 차저 엔진의 힘찬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본격적으로 성능테스트에 들어갔다. 피트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서킷을 달리기 시작하자 GTD는 최고 184마력의 힘을 가감없이 뿜어냈다.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곡선구간을 고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일반적으로 프론트엔진·프론트드라이브(FF) 구동차량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언더스티어(under steer)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GTD는 코너인 이후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더욱 지면을 움켜 잡으며 빠르게 차체를 제어해 나갔다. 차량에 적용된 전자식디퍼렌셜록(XDS+)과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의 적극적인 개입이 고속 코너링에서 흔들림 없는 성능을 발휘하게 해준 덕분이다.

GTI
골프GTI/사진 = 박병일 기자


코너를 빠져 나와 업힐 구간에 들어서자 GTD는 특유의 파워를 품어내며 언덕을 치고 올라갔다. 4000rpm에서 최고출력 184마력의 힘을 내고, 최대토크 38.7kg.m(1750~3250rpm)의 스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운전자를 흥분시켰다. 그렇다고 GTD가 무턱대고 힘만 뿜어내는 것은 아니다. 6단 DSG 트랜스미션은 부드러운 변속으로 부드러운 주행의 맛도 느끼게 해준다. 브레이크 용량을 키운 덕인지 속도제어를 위한 브레이킹은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차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속시켰다.

GTD 주행을 마치고 또 하나의 핫 해치 골프GTI에 몸을 실었다. 내부와 외관에서 보이는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시동버튼을 누르자 GTD보다는 부드러운 엔진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들려오는 엔진음은 GTD와는 사뭇 달랐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이 211마력(4500~6800rpm), 최대토크 35.7kg.m(1450~4000rpm)의 힘을 발휘하는 GTI는 말 그대로 질주 본능이 뼛속까지 녹아 있는 차량이었다.

경쾌한 엔진음은 서킷을 도는 내내 흥분감을 가져다 줬다. 부드러운 엔진회전 상승과 변속시 느껴지는 배기음은 GTD보다 운전자를 즐겁게 해 줬고 XDS+와 ESC의 개입은 GTD와 마찬가지로 빠른 코너링에서 두려움보다는 기쁨을 선사해 줬다. 업힐 구간에서 GTD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듯한 힘의 차이를 느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GTD에 못지 않은 느낌이다.

GTI가 고속구간에 들어서자 숨어있던 질주 본능이 튀어나왔다. 가속 페달을 밟는 데로 속도계의 바늘은 쉴새 없이 올라갔다. GTD가 고회전이 아니어도 강력한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가속력을 뿜어낸다면, GTI는 6800rpm에서 최대 211마력을 뿜어내는 엔진이 쉴새 없는 가속력을 만들어 냈다. 엔진의 터빈에서 전해지는 강력한 힘은 GTI의 속도계를 순식간에 150㎞/h가 넘게 만들었다.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않는 핫 해치 골프, 그중에서 강력한 터보엔진이라는 최고의 심장을 단 GTD와 GTI는 흠 잡은 곳이 없는 말 그대로 걸작이었다. 프로그래시브 스티어링(Progressive Steering)의 적용으로 헤어핀 같은 급회전 구간에서도 운전자의 차체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등 운전자에게 안전하면서 최고의 성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골프만의 매력은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어 보였다.

GTD
골프GTD/사진 = 박병일


고속 서킷 주행중에 5㎞/ℓ의 평균 연비를 자랑 하는 것도 웬만한 타 브랜드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다. 프로 레이싱 선수들이 소형 양산차가 이런 성능으로 서킷을 돌 수 있다는 점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해 보였다.

골프GTD와 골프GTI의 명성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핫 해치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심장을 갖으면서도 안락함과 부드러움을 두루 갖춘 이 두 모델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어 보인다. 비록 4000만원대의 가격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고성능 스포츠카의 능력에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복합연비 16.1㎞/ℓ와 11.5㎞/ℓ를 자랑 하는 골프GTD와 GTI의 대당 가격은 4240만원과 4350만원이다.

GTI2
골프 GTI/제공 = 폭스바겐코리아


GTD1
골프GTD/제공 = 폭스바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