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BMW 420d 쿠페, 질주 본능을 갖춘 '적토마'

8단 스포츠자동변속기, 184마력 4기통 디젤엔진...5대 5 무게배분으로 코너링 성능도 '굿'

기사승인 [2014-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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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BMW 420d 쿠페


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적토마’. BMW 420d 쿠페의 첫 인상이었다. 처음에는 시승차량이 빨간색이라는 점이 이런 첫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체의 디자인으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느껴지는 선의 미학은 준마(駿馬)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짧은 오버행과 긴 후드, 차체 전면부터 이어지는 부드러우면서 강력함이 전해지는 선의 향연은 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적용된 4기통 디젤엔진의 질주 본능을 소화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전면에서 보는 것과 달리 측면으로 시선이 옮겨갈수록 전형적인 쿠페의 느낌을 풍기는 420d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드라이빙 충동이 일었다.

차량에 탑승하자 아래쪽으로 깊히 들어가는 시트의 느낌이 420d의 질주 본능을 짐작케 했다. 420d의 시트 포지션(130㎜)은 BMW 2인승 로드스터 Z4와 동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준마가 달리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몸집이 작은 운전자의 경우 시트의 높이를 조절해야 전방 시야가 확보되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정도 불편은 제로백(0→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7.3초를 경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용납할 수 있었다.

가속패달을 밟자 느껴지는 엔진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로백 기록이 말해주듯이 어느 새 속도계는 100km/h를 넘어섰다. 속도가 올라 갈수록 차체는 더욱 안정적으로 지면을 움켜 잡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질주 본능을 여과 없이 토해 냈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의 성능에 BMW라인업 중 가장 낮은 무게중심을 갖춘 420d는 8단 스포츠 자동변속기의 힘이 합쳐지면서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처럼 끝없이 달려 나갈 기세였다.

저속 주행에서도 생각 이상의 만족감을 가져다 줬다. 쿠페라기보다는 세단을 모는 듯한 부드러움과 예상외로 적은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운전자의 피로를 한 층 덜어줬다.

코너링 테스트를 위해 찾은 서울 인왕스카이웨이 길에 들어서자 420d는 50대 50으로 배분된 차량 무게와 저 중심 설계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와중에도 90도로 돌아나가는 코너에서 불안한 몸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로의 고저(高低)차가 큰 곡선 구간에서도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은 운전자가 생각한 대로 반응하며 운전자와 차량을 한몸으로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와 공간 역시 쿠페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합격점을 줄 만했다. 뒷 좌석 무릎 공간은 일반 남성이 탑승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고 4대 2대 4 폴딩이 가능한 시트는 적재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420d의 연비는 고속주행시 19.5㎞/ℓ, 도심주행시 14.6㎞/ℓ, 복합연비 16.5㎞/ℓ로 시승 중에도 평균 15㎞/ℓ대의 연비를 유지했다. 420d의 시승을 마치고 느낌 것은 속도와 편안함, 그리고 실속을 모두 원하는 운전자라면 대당 5530만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한 번쯤 몰아봐도 후회가 없을 차량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