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 수입차로 재평가될 이쿼녹스,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된 SUV

기본기는 ‘기본’, 기가스틸 차체 적용 및 360도 전 방위 안전 시스템 기본 탑재
쉐보레 KAIDA 가입, 수입차 로 가격 및 성능 재평가 기대
부족함 없는 성능 및 안전사양 갖춘 '현실 SUV',

기사승인 [2019-09-02 13:42], 기사수정 [2019-09-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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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
쉐보레 이쿼녹스/제공 = 한국지엠

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숨어있던 보석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과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차.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이쿼녹스를 직접 몰아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듯 싶다.

이쿼녹스는 바람을 가르고 도로를 박차고 나가는 슈퍼카도, 고출력 엔진을 달고 힘을 자랑하는 차량도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부족함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SUV다.

출시 1년이된 이쿼녹스를 논하는 것이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쉐보레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하면서 엄연히 수입차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고 하니, 그 대표 격인 이쿼녹스를 다시 평가해 보기로 했다.

시승은 서울·경기도 일대 132㎞ 구간에서 진행했다. 시승을 통해 몸으로 느낀 이쿼녹스는 단단하면서도 넉넉함으로 요약됐다.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인 차체는 고속에서 흔들림 없는 주행능력을 과시했고, 곡선구간에서는 최대한 몸을 낮춰 안정적으로 노면을 잡고 들어가는 퍼포먼스도 나름 만족할 만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느끼는 실내 공간감은 기대 이상의 매력포인트다.

이쿼녹스를 시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일까. ‘신차같은 1년된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이쿼녹스는 사실 판매량이 다른 경쟁차종에 비해 저조했다. 첫인상은 ‘낯섦’ 그 자체다. 이름은 귀에 익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익숙치 않음이 존재한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이리라.

사실 이쿼녹스는 올해 상반기에 1083대를 팔렸으니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형 SUV판매량과 비교하면 사실 좋은 성적표는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투싼·스포티지에 비해 크고 싼타페보다는 작은 차체, 그리고 싼타페 수준의 가격, 수입차임에도 국산차라는 이미지가 원인이었다는 것은 일단 접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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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bipark@

다시 첫인상으로 돌아오겠다. 이쿼녹스의 디자인은 쉐보레 엠블렘 만큼이나 쉐보레스럽다. 누가봐도 미국 자동차라 말 할 만큼 쉐보레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쉐보레 엠블렘을 머리속에서 지워도 그 자체가 쉐보레임을 보여주었다.

중형 SUV임에도 남성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전면과 튀지는 않지만 단단한 근육질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 라인은 여성보다는 남성 소비자가 더 좋아할 만하다. 전면은 쉐보레 패밀리룩의 상징인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하고, 발광다이오드(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그릴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일체감을 준다.

측면은 넓은 휠 베이스로 실내 공간 확보가 어느 정도 됐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쿼녹스는 동급에서 전장 대비 휠베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동시에 프론트-리어 오버행은 짧기 때문에 조향과 주차가 한층 용이하며, 시각적으로도 스포티해보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후면은 리어 스포일러의 보조제동등과 테일램프에는 LED를 적용해 중형 SUV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뒷범퍼와 블랙 글래스로 처리한 D필러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돼 와류 발생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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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bipark@

시동버튼을 누르니 다운사이징된 1.6리터 에코텍(ECOTEC) 디젤 심장이 힘차게 움직였다. 공식 제원만 보면 이쿼녹스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m를 발휘한다. 일단 출발전 엔진 소음은 나쁘지 않은 수준.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마자 느껴지는 반응력은 만족할 만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30~40㎞/h 저속 구간에서 엔진이 한번 크게 요동친다. rpm은 2500까지 올라가지만 차체는 앞으로 튀어나가지 못했다. 중형 SUV에 1.6리터 엔진이 심장으로 적용된 탓인지 시승차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지는 알수 없다. 지금까지 이쿼녹스의 시승 평가를 보면 후자가 원인이라 생각이다. 다만 이번 시승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저속 구간에서의 차체 반응이었던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동으로 변속타이밍을 조절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수동변속모드로 기어노브를 옮겼다. 이쿼녹스는 수동변속모드가 좌우에 위치한 것이 아닌 아래쪽으로 내려야 한다. 이후 기어 노브 상단에 있는 변속 버튼을 누리면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수동변속모드는 운전자에게 그리 편한 자세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높은 중앙콘솔박스와 기어노브의 간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변속 버튼을 누르는 것 조차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수동변속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운전자는 많지 않겠지만, 기왕 있는 기능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배치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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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bipark@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동차전용도로에 들어서고 고속주행에 시작되자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는 점이다. 속도계는 100㎞/h를 넘기고 있었지만 차체 흔들림은 더욱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량 차체 기술이 더해져 가벼운 몸놀림으로 수치 이상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경량화를 통해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 답력이 부담하는 하중이 줄어들어 가속 성능과 제동 성능을 포함한 차량의 전반적인 주행 퍼포먼스가 향상됐고, 이전 세대 대비 180kg, 약 10% 차체 경량화를 통해 5%의 연비 향상 효과를 낸다는 것이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이쿼녹스는 최근 GM이 적극 도입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인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차체 구조를 실현했다. 또한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기가스틸 20%를 포함해 차체의 82% 이상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채택해 높은 충돌 안전성까지 챙겼다.

코너링에서도 부족함은 많지 않았다. 헤어 핀 형태의 도로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곡선구간을 빠져나갔다. 시승차가 FWD였던 것을 고려하면 AWD 모델은 더 좋은 코너링과 주행능력을 뽐냈으리라. 이쿼녹스에 적용된 전자식 스티어링휠은 고가의 R-EPS시스템이 탑재돼 세밀한 핸들링 성능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SUV에 어울리는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과 고강성 차체의 조합으로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만나도 효과적으로 충격과 진동을 흡수해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이쿼녹스
쉐보레 이쿼녹스/제공 = 한국지엠

132㎞ 시승구간 평균 연비는 12.8㎞/ℓ, 경사가 심한 곡선 구간을 운행한 시간이 길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쿼녹스의 FWD 모델의 공식 복합연비 13.3㎞/ℓ와도 큰 차이는 없다.

이쿼녹스의 또 다른 매력은 실내에서 찾을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쉐보레 특유의 듀얼콕핏 디자인을 이어받아 안락함을 강조했다. 천연 가죽을 포함해 크롬 등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조합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낮게 설계된 센터페시아와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가 실제 공간보다 더 넓은 공간감과 개방감을 제공한다. 넉넉한 공간 확보도 장점이다. 2열 시트는 중형차 부럽지 않은 넓은 레그룸을 제공하고 원터치 폴딩 시스템으로 2열 시트를 버튼 하나로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편리성도 놓치지 않았다. 이를 활용 하면 1800리터의 넉넉한 적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첨단 안전 사양은 또다른 만족감을 전해준다. 이쿼녹스에는 360도 전방위 안전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주행 중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을 포함해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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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제공 = 한국지엠

동급최초로 탑재된 GM의 특허 기술 ‘햅틱 시트(무소음 진동 경고 시스템)’는 인상적이었다. 운전자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이지만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별도의 경고음 없이 운전석에만 위험상황을 진동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승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고속주행에서 강제로 차선을 이탈을 해보니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스티어링 휠을 적극적으로 간섭하고, 햅틱 시트는 강하게 진동했다. 다만 도심 저속 주행에서 이 기능은 잘 구현되지 않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쿼녹스를 시승하는 동안 몇몇 불만이 있었지만 다른 브랜드의 차량들도 이런 부분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쿼녹스는 일상에서 패밀리 카로 활용하기에는 사실 부족함이 없는 차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듯 싶다. 그동안 국산차라는 인식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쿼녹스지만 이제 당당히 수입차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만큼 가성비와 관련된 재평가도 있을 듯 하다.

쉐보레 이쿼녹스의 가격은 LS 2945만원, LT 3213만원, 프리미어가 3539만원이다. AWD 등 옵션을 적용하면 최고 3000만원 후반대까지 가격이 올라가지만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이쿼녹스는 패밀리카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눈여겨볼 만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