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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압박 수위 높이는 엘리엇…왜?

시세 차익 노림수 or 외인 규합 통한 영향력 발휘

기사승인 [2018-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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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현대차압박일지


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이행을 자신들과 협업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엘리엇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직접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간섭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엘리엇은 13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 이사진에 보낸 서신을 통해 “자신들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우선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고 주주환원 수준이 업계 기준이 미달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엘리엇은 “현금흐름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제 현금 흐름이 왜곡됐거나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요구 사항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의 협업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주에 대한 초과자본금 환원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 실시 등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매번 그럴듯한 주주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심각한 기업 흔들기로 연결됐다.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간 적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2015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에서는 졌지만 특별배당에 따른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같은 사례가 현대차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장단기 계획에 ‘반기’를 들 경우 현대차도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로 보류한 상태다.<그래픽 참조>

또 지난 8월에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뭉쳐 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조 단위의 초대형 투자가 이뤄지는데 외인 주주들이 발목을 붙잡을 때마다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입김은 막강하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2014년에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오너 일가가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 돈을 끌어다 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38~4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헤지펀드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차등의결권 도입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계속된 공격에 “외국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며 이익을 편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03년 SK-소버린, 2006년 KT&G-칼 아이칸, 2015년 삼성-엘리엇 등이 대표적 사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