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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년 만에 R&D 투자액 1조원 돌파…미래車 개발·협업 '승부수'

상반기 연구·개발에 1조461억 투자
수익성 회복 위해 투자액 500억 늘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 역량 집중

기사승인 [2018-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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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액이 2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서면서 하반기 출격을 앞둔 신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미국 등 해외 판매 증가에도 수익성이 둔화되자 R&D 부문에 연구 역량을 집중, 체질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차를 비롯해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선행 기술의 개발 비중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협업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15일 현대차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R&D 비용은 1조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R&D 집중도(매출액 중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는 2.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2016년 상반기(1조55억원) 이후 9000억원대에 머물렀던 R&D 투자액이 1조원대에 재진입,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독자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판매 대수는 224만15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다만 내수·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성장에도 원화 강세와 고정비 부담 여파에 상반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줄면서 3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한 33만9664대 판매에 그쳤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신차 출시 등 상반기 실적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카드는 아직 남아있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시급하다.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R&D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500억원 이상 늘린 것 역시 이를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R&D 투자 확대에 따른 성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국내외에서 보유한 특허권(디자인 제외)은 2만8278개로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었다. 올해 R&D 실적(국내연구소 기준)의 경우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RCCA)·차로유지보조(LFA)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루미늄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의 양산 품질 확보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EGR는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일부를 재순환시키는 핵심 장치로 최근 불거진 BMW 차량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현대차가 EGR 쿨러 설계 강화·경량화에 돌입한 것 역시 해당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이 같은 미래차 선행 기술 개발·상용화를 통해 독자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핵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최근 10개월간 그랩·메타웨이브·사운드하운드 등 7곳의 해외 IT(정보기술)·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투자·협업을 단행했다. 미래차 기술 독자 개발을 위한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과거와는 상반된 행보다.

투자 없이 상호 간 기술을 공유하는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수소차 특허기술 개발·보급을 위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핀란드 바르질라사(社)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발을 본격화했다. 수소전기차 기술 확산·시장 활성화와 함께 미래 혁신산업 분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온라인·모바일 등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반영해 ‘라스트 마일(Last-mile)’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스트 마일은 마지막 1마일 내외의 최종 구간을 뜻하는 말로 물류·유통 업계에서는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서비스 또한 빠르게 성장 중이며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내년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국내 기업인 메쉬코리아에 225억원을 투자했다. 메쉬코리아는 2013년 설립된 IT 기반 종합 물류 업체로 이륜차를 활용한 라스트 마일 물류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대차는 자사의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기술을 물류 알고리즘·인프라 등과 접목해 무인 배달차량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역시 양사 간 협업에 참여해 스마트 물류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 관계자는 “물류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메쉬코리아와의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미래 신사업 분야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