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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신흥국의 힘’으로 3중고 넘는다

브라질·러시아·인도·멕시코 ‘빅4’ 판매 사상 최대 기록

기사승인 [2018-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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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신흥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올해 판매 목표 달성 및 두 자릿수 성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는 더딘 회복세, 미국서는 판매량 감소라는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에서의 판매 상승으로 자신감이 붙은 현대·기아차는 ‘3중고’속에서도 글로벌 판매 상향 조정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4월 브라질·러시아·인도·멕시코 등 ‘빅4’ 신흥시장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5.1% 증가한 42만7408대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증가율(1.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4대 신흥시장이 글로벌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월 누계 기준 18.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3% 수준, 미국이 16% 수준임을 감안하면 신흥국은 현대·기아차의 가장 중요한 요충지로 떠오른 셈이다.

1∼4월 판매 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브라질이 14.0%, 러시아가 30.1%, 인도가 6.3%, 멕시코19.0%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4대 신흥시장에서 판매와 시장점유율 최고 기록을 동시에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에서의 선전이, 고전하는 미국 시장과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하는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가 뒷받침될 경우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인 755만대 달성은 물론 초과 판매도 가능하다.

한편 신흥국에서의 현대·기아차의 성공 비결로는 꾸준함과 현지화가 꼽히고 있다. 과거 신흥시장이 경기침체로 정체기에 빠졌을 때 잇따라 철수 또는 감산에 나선 다른 업체들과 달리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신차 투입을 늘렸다.

실제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전시켜 왔다”며 “기아차 리오(프라이드)의 성과는 7년 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투자로 이뤄낸 결과”라고 거론한 바 있다.

아울러 ‘현지 전략형 신차’로 각국 사정에 맞춘 차량을 생산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경우 인도 도로 사정을 철저히 분석한 후 1998년 ‘쌍트로’를 필두로 2014년 ‘i10’, 2015년 ‘i20’, 2016년에는 ‘크레타’ 등 현지 맞춤형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시작된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특히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왜건의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 특성에 주목, 2012년 말 ‘HB20’을 투입했으며 이 차는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2위에 오르며 소형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다만 신흥국 시장이 소형차 중심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은 ‘양날의 검’으로 꼽힌다. 소형차 판매로 다져놓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형·SUV·친환경차 등으로 확대도 가능하지만, 잘못될 경우 ‘소형차 브랜드’라는 틀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