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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냐, 협력자냐…현대차(정의선)·SK(최태원)의 복잡해진 셈법

최근까지 공고한 협력 관계 지켜, 향후 커넥티드카 선점 놓고 경쟁?

기사승인 [2018-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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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친하지는 않았지만 직접적인 경쟁이 없기에 원만한 관계는 유지했다. 때에 따라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투자하는 곳이 겹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아무일이 없었지만 언제 어떻게 라이벌 관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현대자동차와 SK의 얘기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영역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데다가 양사의 첨단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회장 모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최근 들어 7억달러(7500억~8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투자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랩의 투자에는 공교롭게도 삼성전자·현대차·SK 등 한국 기업 ‘빅3’가 모두 참여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그랩과의 협력에 나섰다. 당시 삼성전자는 그랩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자사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최신 스마트기기와 함께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이자 보안 서비스 ‘녹스’를 공급키로 했다.

이미 현대차는 1월에 그랩과 비공개 협약을 맺었다. 투자 규모는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공유차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동남아시아 공유경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그랩은 개인이 소유한 차를 타인에게 빌려주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그랩이 동남아시아에서 구축한 공유경제에 현대차는 차량을 제공,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그룹까지 그랩에 투자하면서 양사를 지켜보는 재계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SK는 차량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IT·통신·플랫폼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쏘카와 협업을 통해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SK 간 사업 영역이 겹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해진 셈이다.

그동안 움직임을 단계별로 분석해 보면 처음은 양사의 협력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SK텔레콤은 현대차,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설립했다.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3사는 각각 1500만달러를 출자해 총 4500만달러(약 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또 SK텔레콤은 CES 2018에서 기아자동차와 손잡고 5G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5G기술은 SK텔레콤이, 이를 실행하는 하드웨어는 기아차가 맡는 방식이다.

공동의 관심사안에 대해서 투자를 단행한 것, 즉 현대차-SK의 그랩 투자는 서로의 목표가 겹치는 2단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양사가 시장에서 직접적인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자동차에 IT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과 자동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커넥티드카’ 분야는 현대차와 SK그룹이 모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사를 뒷받침하는 동맹 업체들도 쟁쟁하다. 즉 동맹 업체들의 이익에 따라 이들이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 중국의 IT 업체 바이두,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동맹을 맺었다. SK텔레콤은 네덜란드 초정밀지도 제작기업 히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BMW코리아,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함께 커넥티드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양사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협력적 관계였다”며 “하지만 전통적인 차 시장이 붕괴되고 커넥티드카를 필두로 한 미래차가 뜨면서 현대차-SK가 라이벌 관계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