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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발톱 드러낸, 외국 헤지펀드…한국경제 흔들기?

주주명분 내세웠지만 먹튀 논란 뒤따라, 향후 움직임에 촉각

기사승인 [2018-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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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우리기업 때리기’가 재점화됐다. 2003년 SK의 소버린, 2006년 KT&G의 칼 아이칸, 2015년 삼성의 엘리엇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 1조원 어치를 가지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약점만 골라 철저하게 파고들며 이익을 편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주이익’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등 ‘먹튀’ 논란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엘리엇은 이번에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7.12%에 달했지만 현대차 계열사 지분이 1%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현대차가 투명하게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밝힌 만큼 삼성 때와 달리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4일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미화 10억달러(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별 기업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차는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매번 그럴듯한 주주명분을 내세워 ‘행동주의 헤지펀드’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이면에는 심각한 기업 흔들기로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간 적도 상당하다.

이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엘리엇은 소송에서 졌지만 2016년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과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고, 삼성전자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상당 부분 이를 수용해 시세차익은 물론 두둑한 배당금까지 챙겼다.

이번에도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장단기 계획에 ‘반기’를 들 경우 현대차도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규합한 후 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할 경우, 현대차의 경쟁력은 저하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매년 조 단위의 초대형 투자가 이뤄지는데 이럴 경우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입김은 막강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2014년에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오너 일가가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 돈을 끌어다 썼다고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현대차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46%, 기아차는 38%, 모비스는 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선 헤지펀드의 놀음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차등의결권 도입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