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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친환경차는 재미없다?"…고정관념 깬 현대차 비밀병기 '넥쏘'

기사승인 [2018-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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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NEXO)’의 주행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평창/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NEXO)’는 ‘친환경차는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깼다. 5분 충전에 609km에 달하는 긴 항속거리와 가솔린·디젤차 못지않은 주행성능, 미래에서 온 듯한 디자인은 친환경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에게 분명 매력적인 요소일 것이다. 다만 현재 16곳에 불과한 충전 인프라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넥쏘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지차로 전기를 충전해 동작하는 배터리 타입 전기차(BEV)와 달리 수소를 충전해 움직인다. 수소는 연료전지 스택을 통해 산소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물과 전기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모터를 돌린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같지만, 수소전지차는 여기에 공기청정 기능을 더했다. 수소전지차가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5일 넥쏘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넥쏘 1만대는 나무 60만 그루를 심는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며 “디젤차 2만대의 미세먼지도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승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출발해 여주휴게소·횡성휴게소를 거쳐 강원도 평창 메달하우스까지 22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넥쏘는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DNA를 계승했다. 전장·전폭·전고는 4671mm·1859mm·1630mm로 싼타페와 비슷하지만,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789mm로 좀 더 길다. 트렁크 용량도 839ℓ로 넉넉한 편으로 공간 확보를 위해 현대차는 작은 수소탱크 3개를 2열 하단에 설치했다. 외관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매끄럽다. 수평선을 활용한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은 날렵하면서도 넓은 시각적 효과를 줬다. 에어 커튼과 에어로 휠 수납 형태의 도어 손잡이를 적용해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도 친환경차만의 멋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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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NEXO)’의 내·외관./사진 = 김병훈 기자


실내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계기판은 7인치로 작지만, 시인성이 뛰어났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카메라 화면이 실시간 표시돼 편리했다. 12.3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터치 방식으로 최대 3분할 화면을 지원하며 주행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연비, 가까운 충전소도 검색할 수 있다. 2 스포크 스티어링 휠 양쪽의 다양한 버튼은 조작감이 좋았고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회생제동 강도 조절을 위한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시트는 몸을 꽉 잡아주기보다는 안락함을 강조해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넥쏘 전동기는 최고출력 154마력, 최대토크 40.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kg당 96.2km이며 수소탱크 용량은 6.33kg이다.

초반 가속의 반응은 빨랐지만, 고속 구간에서 힘이 빠지는 특성과 주행 중 차체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없는 점은 전기차와 같았다. 다만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강력한 토크를 쏟아내기보다는 부드러운 가속에 초점을 둔 듯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꾹 밟자 미끄러지듯 치고 나갔다. 엔진 소음이 없어서인지 시속 120km까지는 오히려 창밖의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났다. 서스펜션은 앞뒤 각각 맥퍼슨과 멀티링크 방식으로 다소 단단하게 세팅돼 갑작스러운 코너링과 차선 변경에도 차체 제어 능력이 뛰어났다.

다양한 안전사양도 눈에 띄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HDA)을 작동한 후 시속 100km로 설정,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놨더니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며 코너를 돌아나갔다. 스티어링 휠 등 전체적인 움직임이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불안하지 않았다.

다음달 출시를 앞둔 넥쏘의 판매 가격은 5000만~7000만원이며, 정부·지자체의 보조금을 포함하면 3000만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