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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10년 만에 R&D 투자↓… 미래차 新기술 개발 '올인'

기사승인 [2017-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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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R&D 비용을 16.4% 늘렸지만, 올해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통상임금 이슈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선행 기술의 개발 비중을 높이는 한편 내년 글로벌 판매 회복세를 바탕으로 투자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 R&D 투자 전년比 1.54%↓… 新기술 개발 집중
26일 현대·기아차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올해 1~3분기 R&D 비용은 2조6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3.5% 증가한 1조5784억원을 R&D에 투자한 반면 기아차는 8.2% 감소한 1조975억원을 기록했다. R&D 집중도(매출액 중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현대차는 2.2%를 유지했지만, 기아차는 2.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과 파워트레인(동력 계통)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실적 부진에도 2015년(3조6959억원) 대비 8.2% 증가한 3조9986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미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10년 만에 R&D 투자가 감소세(1~3분기 기준)로 돌아섰다.

경영환경 악화로 R&D 투자는 감소했지만, 성과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올 9월 말 기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보유한 특허권(디자인 제외)은 3만3300개로 전년 동기(2만9317개) 대비 13.6% 늘었다. 주로 HMI(Human Machine Interface)·모바일연동 서비스 등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부문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내년까지 R&D에 3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완성차 부문에 27조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중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부문에 13조3000억원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가 실적 부진 속에서 R&D 투자를 늘린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올 1~3분기 당기순이익(1조7263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급감했으나 같은 기간 R&D 투자액은 5777억원으로 전년 동기(5010억원) 대비 15.3%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R&D 투자는 7000억원 선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R&D 부문에서 긴밀한 협조 체계가 구축돼 있다”면서 “현대모비스의 R&D 비용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의 실제 R&D 비용 감소폭은 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 미래車 선행 기술 중요도↑… 중장기 경쟁력 강화
현대·기아차는 올 1~3분기에 2조6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텔레매틱스 차량 연동 신호 자동화 분석시스템 △복합소재 통합 니볼스터 시스템 △초미세먼지 제거성능 향상 고효율 콤비 필터 등을 개발했다.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텔레매틱스 차량 연동 신호 자동화 분석시스템은 실시간 차량 정보 분석 기술로 커넥티드카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는 시간당 25GB의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해당 기술은 축적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주행·운전자 편의 등에 적용하는 데 사용된다.

기아차는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복합소재(CFT)를 활용한 ‘니볼스터(Knee Bolster) 시스템’을 개발했다. 소형차 승객의 상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중량 절감과 충돌시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도모한다. 기아차는 이 시스템을 향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기아차는 국산차 업체 중 최초로 ‘초미세먼지 제거 성능 향상 고효율 콤비 필터’를 개발했다. 현대·기아차는 대기환경 악화로 친환경차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유해가스 배출 감축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R&D는 엔진 등 양산차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뿐 아니라 친환경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선행 기술 개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2020년까지 자체 개발한 커넥티드카와 고도 자율주행차, 28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