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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한미 FTA 재협상에 초긴장… 'i30N'으로 판매 방어 시동

기사승인 [2017-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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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 수순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미국이 자동차 업종을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최악의 경우 관세 부과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량의 절반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는 물론 자동차 부품업계 등 연쇄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의 첫차인 ‘i30N’의 미국 출시를 앞당겨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 현대차 美 판매 5개월 연속↓… 한미 FTA 개정 여파에 ‘촉각’
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년 동기(6만5399대) 대비 14.4% 줄어든 5만7007대를 판매했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간판 승용 차종의 모델 노후화로 판매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기아차는 현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로 같은 기간 6.6% 늘어난 5만2468대를 판매, 역대 9월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고급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1736대를 팔아 전년 동기(1211대) 대비 43.4% 증가했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사상 첫 픽업트럭 양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신흥시장 개척을 승부수로 띄우고 있지만, 미국은 현대차 전체 수출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 출시를 통해 픽업트럭 중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중형 부문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면서 대(對)미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기아차는 2012 FTA 발효 후 4년 동안 부과하던 2.5%의 관세가 지난해 폐지되면서 일본·유럽(2.5%)보다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누려왔다. 이번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관세가 부활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생산기지 변경은 물론 신차 계획 전면 재검토까지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완성차 업체의 국내 생산 축소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양국이 FTA 개정 협상을 앞둔 가운데 수출 다변화 등 완성차 업체별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네시스 G70 美 상륙 ‘먹구름’… ‘i30N’ 조기 투입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가시화되면서 현대·기아차 역시 코나·스팅어·G70 등 신차의 미국 판매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제네시스의 첫 중형 모델 G70는 울산 5공장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크다. 만약 관세 재부과 시 현대·기아차의 비용 증가액은 약 3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 영업익 대비 최대 5%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현대차는 ‘i30N’을 유럽에 이어 미국에 조기 투입해 판매 방어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우선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마국제모터쇼’에서 i30N의 경주용 차량을 공개하고 출시 일정을 최종 조율한다. 현대차는 i30N 출시를 통해 미래차·고급차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고성능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N브랜드 론칭을 계기로 글로벌 고성능차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양국 간 협상 진행 방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G70·i30N 출시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