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단독

[단독] 현대차, 상용차 부문 '파이롯트 팀' 신설…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상용 부문 연구·개발 역량 집중
신차 실물 만들어 설계구조·기능 검증
연구소 개발단계·공장 양산 단계 연결
中 판매량 급감 여파에 새 돌파구 찾아

기사승인 [2017-09-13 18:48], 기사수정 [2017-09-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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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상용차 부문에 ‘파이롯트(Pilot)’ 팀을 신설했다. 기존 승용차 부문 파이롯트 팀을 확대 적용한 것으로, 상용차 양산초기 품질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상용 부문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신차의 완성도를 높여 국내·외 상용차 시장 장악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정몽구式 ‘품질경영’ 고도화… 정예 ‘파이롯트 팀’ 구성으로 상용 부문 경쟁력↑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상용 부문의 품질·상품성 개선을 위해 파이롯트 팀을 신설했다. 팀은 신차를 양산하기 전 차체, 내·외장, 전장, 새시, 주행 등 양산성을 사전검증하는 10명 내외의 연구원들로 구성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용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성된 팀인 만큼 품질 향상과 불량률을 낮추는 모든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롯트는 설계 도면상의 신차를 가장 먼저 실물로 만들어보는 분야다. 시작차(Prototype car)와 파이롯트차(Pilot car) 제작을 통해 설계구조와 기능을 검증하고, 차체·차량부품 품질 확인 및 개선 활동과 국내외 생산공장의 신차조립 교육을 담당한다. 특히 다양한 부문의 신차개발 활동을 종합해 연구소의 개발단계와 공장의 양산단계를 연결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해외 현지공장의 양산초기 제조품질향상을 지원한다.

파이롯트 팀이 소속된 파이롯트센터는 양산 이전의 차량·품질을 개선하고 신모델 개발을 담당하는 현대차 R&D 핵심 조직이다. 차량 시험과 라인 생산작업을 병행,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해 개선하는 현대차만의 독특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도요타자동차도 글로벌생산추진센터(GPC)라는 조직이 있지만, 인적 자원 개발과 차량 생산의 현지화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번 품질 관련 조직 확대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05 엑시언트 소음진동 테스트(소음진동 다이나모 무향실) (1)
현대차 남양연구소 상용차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엑시언트의 소음진동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제공 = 현대자동차


◇ 내수·중국 판매량 급감에 위기감 고조… ‘高 생산성’으로 신흥시장 개척
현대차가 상용차 부문 집중 공략에 나선 것은 수입 상용차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의 올해 1~8월 상용차 내수 판매(스타렉스·포터 포함)는 전년 동기 대비 29.6% 줄어든 12만3774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타타대우가 국내 상용차 점유율 1·2위를 양분하고 있지만, 볼보·스카니아·만 등 수입 트럭 5개사의 지난해 판매량이 6598대를 기록, 현대 상용차(6534대)를 넘어선 바 있다. 여기에 중국·일본 업체들이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세를 넓히면서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중국 경기 침체도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상용차 판매량은 365만대로 아시아·중동 시장 전체 규모의 49%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12년 난징기차(南京汽車)의 합작사인 쓰촨현대를 통해 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2014년 이후 줄곧 4만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업계 1위인 둥펑상용차 판매량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 결과 자본잠식에 빠진 쓰촨현대가 각종 비용 집행을 줄이고, 국내 일부 협력사에 대한 대금결제를 늦추면서 연산 16만대 규모의 공장 가동률도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국 상용차 판매량 역시 2013년 405만대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2015년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9.8% 급감했다. 다만 현대 상용차의 경우 올 1~7월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이에 현대차는 상용차의 품질을 담당하는 R&D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내수와 수출은 물론 현지 해외공장의 신차 경쟁력을 높여 승용 부문 판매 감소를 일부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이르면 내년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 형태로 상용차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용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승용차 못지않은 상품성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현대차는 상품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동시에 상용차 잠재 수요가 많은 신흥국 개척을 통해 중국 판매 감소를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