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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역대 최다 신차 라인업 구축… 美 부진 탈출 시동

코나·G70 등 11종… 역대 최다 투입
FTA·리콜사태 등에 특단조치 해석
"SUV 강화 등으로 반 박자 빨리 공략"

기사승인 [2017-09-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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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역대 최다 수준의 신차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다. 리콜사태와 주력 모델 노후화, 픽업트럭 부재 등으로 현지 판매 실적이 급감한 데 이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전문가는 기존 세단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맞는 전략적 재점검을 통해 반 박자 빠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11종 신차 투입… ‘모델 노후화’ 해결 박차
10일 아시아투데이가 올해 북미 지역에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의 신차를 분석한 결과 소·중형차와 친환경차를 포함해 총 11종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120% 늘어난 수치로, 2010년 이후 4~7종에 달했던 신차와 비교해 역대 최다 수준이다. 현지 판매 1~3위에 포진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5종), 도요타(10종), 포드(2종)는 물론 미국에 진출한 주요 브랜드와 비교해도 가장 많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10만7633대를 팔며 지난해 같은 기간(12만6263대)보다 14.8% 줄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5만4310대를 파는 데 그쳐 전년 동기(7만2015대) 대비 24.6% 급감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의견도 있으나 미국·일본 경쟁업체와의 차종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경우 투싼을 제외한 싼타페와 쏘나타·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주력 차종의 모델 노후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모델 노후화가 판매 부진의 큰 원인”이라며 “지난해 상반기 엘란트라 신형 모델 출시로 고공행진을 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일부 반영됐다”고 말했다.

플릿(렌터카 등 법인 차량) 판매를 줄인 것도 매출 감소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플릿 판매를 줄여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차량 잔존가치 유지와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나·G70·스팅어 출격 대기… SUV·픽업트럭 라인업 구축 시급
현대·기아차가 일부 신흥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국 판매 회복이 급선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글로벌 소형 SUV 코나와 G70·스팅어 등 신차를 출시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신형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등 SUV를 비롯해 싼타페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출시해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SUV와 픽업트럭 수요 증가를 반영해 해당 라인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급차와 친환경차에 집중한 양적 성장에 치우쳐 현지 SUV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GM·도요타·포드 등 주요 3사가 올해 미국에 투입하는 SUV 신차는 각각 4종·3종·2종이다. GM은 신차의 80%를, 포드는 100%를 SUV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시하는 SUV 신차가 없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차가 호황을 누렸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미국 시장은 저유가 기조로 SUV와 픽업트럭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역시 세단 중심에서 벗어나 SUV 강화는 물론 전략적 재점검을 통해 반 박자 빠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