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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도미노·GM 철수설… 車업계 불안감 확산

기사승인 [2017-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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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광주 2공장  '누적 생산량 300만대 돌파'
1992년 문을 연 이래 25년 만에 누적 생산량 300만대를 넘어선 기아차 광주 2공장./제공 = 기아자동차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의 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한국지엠의 철수설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던 르노삼성도 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쌍용차까지 디젤 규제 가능성에 따른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완성차 업계 금기어인 생산시설 ‘해외이전’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4%, 3.0%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포인트, 2.2%포인트 줄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수요 둔화와 재고에 따른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증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인한 실적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과열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과 리콜에 따른 품질 관련 비용 발생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10일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이날 하루 부분파업으로 차량 15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약 3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노조는 14일에도 이와 같은 4시간 부분 파업을 실시하고, 16일 쟁의대책위 회의를 열어 파업 확대 여부를 논의한다.

기아차에는 이달 말 통상임금 1심 소송이 가장 큰 부담이다. 기아차가 패소하면 청구금액과 이자를 포함해 약 1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결과가 전 직원에게 확대 적용되면 총 부담금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8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다. 중국·미국 등 주요시장 판매 부진에 노조 파업까지 더해지면 생산 차질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한국지엠의 국내 시장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2013년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유럽·인도시장 철수와 계열사 오펠 매각 등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의 적자와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제출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에 따르면 제임스 김 사장 중도 사임 발표와 대내외 경영여건 지속 악화, GM 지분 처분제한 해제 임박 등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회사 측은 한국이 연구·개발(R&D) 5대 거점이기 때문에 철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지엠 내부와 협력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업 효율화와 구조조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15~2016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던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11일 파업 여부를 묻는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90.0%의 높은 찬성률을 끌어내면서 결국 파업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노조는 SM6 등 판매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기본급 15만원 인상 및 격려금 400만원+200% 등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2차 교섭에서 기본급 4만4000원 인상 및 격려금 300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 성과를 내고도 3000억원의 주주배당금을 모두 르노 본사로 책정했던 것 등을 근거로 올해 임단협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쌍용차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8년 연속 무분규 협상타결을 이끌어 냈지만, 디젤 규제 강화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기존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방식인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을 유럽과 같은 국제표준시험방법(WLTP)을 도입하는 등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차는 당장 다음달부터, 기존에 개발돼 판매 중인 차량은 내년 9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디젤 차량이 주력인 쌍용차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쌍용차 관계자는 “적용 시점을 2019년 9월까지 늦춰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안다”며 “만약 기존대로 적용된다면 배출가스 감소 효과를 맞추기 위한 다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