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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열풍에 소형차는 찬밥… 클리오 가세로 부활 신호탄 쏠까

기사승인 [2017-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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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엑센트
현대차 ‘2017 엑센트’./제공 = 현대자동차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대폭 늘고 있는 반면 소형차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엔트리카(생애 첫차) 수요층의 이동과 좁은 선택 폭, 모델 노후화에 따른 제품 경쟁력 약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올 하반기 기아차 프라이드와 르노삼성 클리오의 신형 모델이 출시를 앞두면서 소형차 시장의 부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소형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 기준 0.75%로 집계됐다. 국내 소형차 점유율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5%로 줄어든 이후 지난해 1.4%를 기록하는 등 최근 5년 연속 감소세를 겪고 있지만,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7월까지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지엠 아베오 등 소형차 3개 차종의 누적 판매 대수 역시 전년 동기(1만2914대) 대비 46.7% 줄어든 6879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엔트리카 수요층을 준중형차가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형차가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마련보다는 차량 구매에 비중을 두는 사회초년생들이 늘면서 소형차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준중형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센트의 진입 가격은 1100만원대지만, 자동변속기만 추가해도 가격이 1300만원을 넘어선다. 준중형급인 아반떼 자동변속기 장착 기본 트림 가격이 1500만원 중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차량의 가격 차는 200만원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아베오의 경우 자동변속기 장착 기본 트림 가격이 1560만원으로 준중형차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에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하면 한 단계 윗급 차종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며 “회사로서는 수익을 남기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좁은 선택 폭과 모델 노후화도 소형차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SUV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신형 소형차를 내놓지 않고, 모델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판매가 계속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도 엑센트와 프라이드 후속 모델 출시를 미룬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형차는 볼륨 차급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후속 모델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완성차 업체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소형 SUV와 고급차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엔트리카 추이도 소형이 아닌 준중형급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UV 열풍도 소형차 시장엔 악재다. 최근 국내 완성차 5사는 소형 SUV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IHS 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소형 SUV 시장은 2010년 48만5000대에서 지난해 463만7000대로 10배가량 성장했으며, 올해는 56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올 하반기 2종의 소형 신차가 출시를 앞두면서 소형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아차는 2011년 3세대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프라이드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며, 르노삼성은 4세대 클리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수입해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