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시승기] "연비·정숙성 다 잡았다"…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타보니

기사승인 [2017-04-21 16:35]

  • 확대
  • 축소
  • 인쇄
  • facebook
신형그랜저하이브리드 주행 사진 (2) (1)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승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이 주행하고 있다./제공 = 현대자동차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국가대표 준대형 세단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하이브리드’라는 날개를 달았다.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성능과 정숙성에 높은 연비가 더해져 완성도가 높아진 느낌이다. 국내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차의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끝판왕’을 지향한다. 현대차는 판매 개시 3주 만에 올해 판매 계획의 30%를 달성,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자신감을 입증하고 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은 TV 광고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마주친 한 남성이 “하이브리드니까 힘은 좀 모자랄 거고”라고 비아냥댄다. 하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주행 성능을 경험하자 “내가 알던 하이브리드가 아닌데”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과연 현대차가 내세운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강점이 사실인지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KakaoTalk_20170415_113917455
그랜저 하이브리드 정면./사진 = 김병훈 기자


KakaoTalk_20170415_113918434
그랜저 하이브리드 후면./사진 = 김병훈 기자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을 경유해 돌아오는 왕복 80km 구간을 통해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직접 체험했다. 시승 구간에는 시내도로·지방국도·고속국도가 골고루 섞여 있어 저속에서의 정숙성과 고속에서의 주행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의 미덕은 연비다. 마침 시승 당일 비가 내려 악조건 속에서 어느 정도의 연비를 뽑아내 줄지 궁금했다. 중간 반환점까지는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돌아오는 구간에서는 주행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은 물론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놓고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아봤다. 그 결과 반환점까지는 ℓ당 17.4km가 찍혔고, 최종 연비는 14.1km/ℓ를 기록, 공인 연비(16.2km/ℓ)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도심 구간에서는 차량이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저속에서의 소음과 진동에 집중했다. 운전석에 처음 앉았을 때와 같이 정숙성이 탁월했고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광고 영상 속에서 “숨소리밖에 안 들릴걸”이라고 말했던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만 120km 이상 고속구간에서 귀를 거슬리게 하던 풍절음은 옥에 티.

신행주대교를 지나 자유로로 접어들어 가속 페달에 힘을 실었다. 말 그대로 밟는 만큼 급가속이 이뤄지며 속도가 붙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159마력의 2.4ℓ 가솔린 엔진과 용량을 35kW에서 38kW로 높인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배터리도 기존 1.43kWh에서 1.76kWh로 용량을 키워 전기차 모드 주행 시간을 늘렸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맞물린 힘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KakaoTalk_20170415_113919299
그랜저 하이브리드 내부 공간./사진 = 김병훈 기자


KakaoTalk_20170421_110236939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을 경유해 돌아오는 왕복 80km 구간을 주행한 결과 반환점까지는 ℓ당 17.4km을 기록했다. 돌아오는 길에 ‘스포츠’ 모드로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더니 최종 연비는 14.1km/ℓ를 기록, 공인 연비(16.2km/ℓ)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사진 = 김병훈 기자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따라 알아서 운전하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앞차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노면 인식률이 높았다. 차선을 이탈할 때에는 핸들이 진동하고 주위 차량이 내 차와 가까워지면 ‘삐삐’거리는 경고음이 울렸다. 지능형 안전 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 센스’ 덕분이다. 다만 10초 안에는 핸들을 잡아줘야 주행 조향보조 기능이 다시 활성화된다.

이밖에도 안전·편의사양이 많지만, 특히 선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화면이 인상적이었다. 와이퍼가 쉴 새 없이 돌아갔음에도 선명도가 뛰어나 운전에 집중하기 편했다. 차량 속도와 각종 기능의 작동 여부, 내비게이션 기능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로를 빠져나와 파주에 진입하자 굽이진 길과 방지턱이 이어졌다. 시속 60km를 유지하며 코너링과 제동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했지만, 곡선로를 따라 부드럽게 돌았다. 쏠림 현상과 방지턱 통과 시 진동은 이전 그랜저보다 확실히 덜했다. 차체 강성을 23% 높이고 서스펜션을 더 단단하게 세팅한 효과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었는데 ‘어라운드뷰’ 모니터를 통해 후방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어봤다. 세단 치곤 트렁크가 지나치게 넓었다. 배터리 위치를 스페어 타이어 쪽으로 옮기면서 공간이 426ℓ로 넓어져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2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가격은 전작보다 26만원 인하된 3683만~4113만원으로 책정됐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감면받으면 3540만~397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