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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자율주행시대의 서막을 알리다"… BMW '뉴 5시리즈' 타보니

기사승인 [2017-02-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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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BMW ‘뉴 5시리즈’ 공식 출시 행사에 참가한 기자들이 신형 5시리즈 차량을 타고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서킷을 달리고 있다./제공 = BMW코리아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거대 증기 골렘 챔피언 ‘블리츠크랭크’가 상대방 캐릭터를 도발하는 대사다. BMW가 야심차게 내놓은 7세대 ‘뉴 5시리즈’의 진보된 반자율주행 기술을 경험하면서 첨단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임박했음을 실감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서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를 경유해 돌아오는 왕복 130km 코스를 통해 뉴 5시리즈를 직접 체험해봤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뉴 520d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이었다. 드라이빙 센터부터 파르나스 타워까지 약 65km 편도 구간을 주행했다. 시승 구간에는 올림픽도로와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포함돼 주행 성능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만큼 첫인상은 강렬했다. 몸집은 더 커졌지만, 쿠페 기반의 디자인으로 외모는 더 날렵해졌다. 뉴 5시리즈에 기본 적용된 반자율주행 패키지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플러스 시스템’과 ‘M 스포츠 패키지’ 때문인지 보급형 세단보다는 고성능 모델의 이미지를 풍겼다. 특히 클래스 헤드라이트 커버가 키드니 그릴과 연결돼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동시에 도로 위에 낮게 깔린 듯한 형상을 연출했다.

묵직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뉴 5시리즈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936mm·1868mm·1479mm로 각각 29mm·8mm·15mm 늘어났음에도 공차 중량(유럽 기준)은 최대 115kg 줄었다. 앞뒤 바퀴 거리는 2975mm로 이전 모델보다 7mm 늘어 실내 공간은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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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5시리즈’ 센터페시아./사진 = 김병훈 기자


운전석에 앉자 최고급 나파 가죽이 몸을 감쌌다. 감탄하고 있던 찰나 3개의 스포크로 구성된 울퉁불퉁한 운전대가 눈에 띄었다. 잡아보니 손에 착 감긴다. BMW 마크 6시 방향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핸들이 따뜻해져 겨울철 운전에도 끄떡없다. 가죽 시트 역시 온열과 통풍 기능을 갖춰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했다.

고개를 드니 앞 유리에 주행 정보를 표시해주는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보였다. 이전 모델보다 70% 더 커져 집중하기 편했다. 심플해진 계기판은 컴포트·스포츠·에코 프로 등 3가지 드라이빙 모드에 특화된 색상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중앙에는 마치 태블릿 PC를 반으로 쪼개 이어붙인 듯 널찍한 10.25인치 고해상도 스크린이 보였다. 기존 7시리즈에 탑재하고 있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과 ‘디스플레이 키’도 적용됐다. 센터 콘솔 위에서 간단한 손동작을 하면 내비게이션·오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키 화면을 통해 차문 잠금상태와 엔진오일 이상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출발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으니 RPM이 매섭게 올라간다. 순식간에 140km/h에 도달했지만 가속과 변속이 부드러워 마치 가솔린차를 타고 있는 듯헀다. 차량 외부에서는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렸지만, 실내로는 유입되지 않았다.

조용한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살짝 지루해질 때쯤 핸들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계기반에 초록색 표시가 뜨면서 반자율주행의 시작을 알렸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주행 도중 다른 차선에서 차량이 갑자기 진입하면 이 차를 새로운 앞차로 인식하고 속도를 줄였다.

차선을 벗어나기 직전 핸들에서 손을 뗐더니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 활성화되며, 운전대를 살짝 움직여 원래 차선으로 복귀를 유도했다. 다만 6~7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면 계기반과 앞 유리에 붉은색 표시가 뜬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때도 핸들에는 손을 대고 있으라는 것이다.

시승 당시 햇빛이 강렬해서인지 일부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벗어나는 등 차선 인식률은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주변 차량에 대한 인식은 뛰어났다. 마치 아이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따라하듯, 앞차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곡선 구간에서도 앞차를 따라 부드럽게 주행했다.

연비는 15.3km/ℓ가 나왔다. 고속도로의 비중이 높았음에도 뉴 5시리즈 M 스포츠패키지 플러스의 공인 복합연비가 16km/ℓ라는 점에서 제원상 복합연비와 거의 일치했다.

BMW 뉴 5시리즈는 반자율주행 패키지와 M 스포츠패키지를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트림별 가격은 이전 세대보다 최대 300만원 가량 인상된 6630만~8790만원에 책정됐지만, 기본 적용된 사양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또 9개의 다양한 트림 구성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