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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쟁 “삼성은 M&A, 현대차는 R&D”…누가 옳을까?

삼성 올해만 M&A에 10조5000억, 현대차 4년간 R&D에 27조 투입

기사승인 [2016-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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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9 기아차, 야구장서 자율주행 기술 시연 (사진1)
지난 9월 9일 기아자동차가 프로야구 경기 전 사전 이벤트로 펼쳐지는 시구 행사에서 쏘율 자율주행 전기차를 깜짝 등장시켜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였다./제공=기아차


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 14일 오후 4시 30분경 현대자동차그룹 홍보실에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삼성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난 직후였다. 현대차의 입장과 향후 계획에 관한 질문이 대다수였다. 하만 인수로 삼성이 16년만에 현대차와 자동차 분야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등 미래먹거리 사업을 위해 차량 정보기술(IT)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사업 범위가 향후 더 겹치게 된다.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맞붙을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15일 전자·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는 미래형 차(스마트카) 분야에서 치열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현대차는 연구개발(R&D)위주로 미래자동차 산업에 ‘올인’하고 있다. 미래형 차는 IT를 통해 운전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행을 돕는 시스템이 장착된 차를 통칭한다.

올해 2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이 본격 가동된 이후, 삼성은 7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에 약 5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8월에는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차량 부품사업부인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만 인수 결정으로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곤 있지만 업계에선 자동차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언제든 삼성이 베팅할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삼성이 자동차 관련 회사 M&A에 쓴 액수는 무려 10조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대차는 스마트카를 위한 M&A는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4년간 R&D에 국내서만 26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연 7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현대차는 정확한 투자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미래형 차 같은 첨단 기술 에 20%~30%가 투입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M&A 보다 R&D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미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가 강점을 보인기술 즉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은 M&A보다는 자체 R&D를 통해서 발전해왔다는 특징을 보인다. 더욱이 현대차로선 발전된 IT기술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키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양사의 접근 방식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M&A가 잘못될 경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회사 재정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R&D에 의한 기술 발전 방식도 한계가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고도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기에 R&D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룹 내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과감한 해외기업 인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