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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수출실적 대해부...소형차 '훨훨' 대형차는 '아직'

기사승인 [2016-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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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모닝·아반떼 등 소형차가 현대·기아차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랜저, 제네시스(DH) 등 대형차의 수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직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대중차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차 수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프리미엄차 브랜드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대중차 기반 브랜드의 평균 영업이익률 3.9%의 2배가 넘는 8.8%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하면서 글로벌 프리미엄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21일 현대·기아차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1~5월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 총 85만8153대를 수출(선적 기준)했다. 현대자동차가 절반이 조금 넘는 43만9068대를, 기아자동차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1만 9085대를 수출했다.

현대차의 수출은 아반떼(AD)·엑센트 등 소형차가 주도했다. 아반떼(9만6905대)가 현대차 전체 수출대수의 22.11%를 담당해 가장 많이 수출된 차로 꼽혔다. 엑센트(8만8599대)가 아반떼의 뒤를 이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도 같은 기간 7만6592대가 팔려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아반떼는 수출 이외에 현지 생산분도 판매 중이어서 실제 판매량은 훨씬 많다.

기아차 수출도 현대차와 유사한 양상이다. 모닝·프라이드·K3·쏘울 등 4개 모델이 기아차 전체 수출의 62%를 차지했다. 기아차의 대표 경차 모닝과 모닝 바로 위 모델인 프라이드가 각각 4만9651대, 8만5324대 팔렸고, 쏘울과 K3는 각각 6만8349대, 5만6634대 팔렸다. 현대차의 투싼과 마찬가지로 소형 SUV로 분류되는 스포티지도 이 기간 총 6만2948대가 판매됐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이 두드러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소형차 선호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다. 통상 미국과 캐나다 등은 국토가 넓고 도로가 잘 정비돼 대형 세단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수출된 투싼의 70% 이상이 이곳에서 팔렸다. 아반떼도 전체 수출대수의 절반이 넘는 5만475대가 북미시장에서 판매됐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쏘울과 K3의 경우 전체 수출대수의 66.8%, 58.4%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렸다.

전통적으로 소형차 선호도가 높은 유럽대륙에서는 특히 기아차 수출이 많았다. 현대·기아차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모닝과 프라이드가 각각 1만8520대, 2만7073대나 수출됐다.

아시아·태평양 시장 수출 실적에서도 소형차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유럽과 달리 이곳에서는 기아차보다는 현대차의 소형차 선호도가 높았다. 기아차의 대표모델은 대부분 2000대 이하 판매에 그쳤지만 현대차의 소형차 대부분은 1만대 이상 팔려 인기를 누렸다. 현대차 소형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출실적은 엑센트(1만5738대), 투싼(1만268대), i30(1만6377대)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랜저, 제네시스, K7, K9 등 준대형, 대형차 수출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현대차의 그랜저와 제네시스 수출량은 각각 2553대, 5288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K9의 수출실적은 177대에 그쳤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식이 ‘가성비 좋은 대중차’에 머물러 있어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프리미엄차 판매를 늘려 영업이익을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다임러, BMW 등 프리미엄차 브랜드의 평균 영업이익률(8.8%)은 포드 등 9개 대중차 기반 브랜드의 평균 영업이익률(3.9%)를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대중차 수출과 프리미엄차 수출을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아직은 글로벌 시장에서 값싼 대중차라는 인식이 있다”며 “지금껏 소형차 중심의 수출로 양적성장에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럭셔리 브랜드 구축을 통해 프리미엄차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