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취재뒷담화]현대차에만 없는 '친환경차 분류법'...왜?

기사승인 [2016-06-0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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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차종은 △승용 △RV △택시/소형상용/트럭/버스 로만 구분돼 있을 뿐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분류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는 친환경차 메뉴가 따로 없습니다. 보유 중인 모든 모델은 사용목적에 따라 △승용 △RV(레져용 차량) △택시/소형상용/트럭/버스로만 구분될 뿐이죠.

자사 홈페이지에 친환경차 메뉴를 따로 두지 않고 있는 업체는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중 현대차와 쌍용자동차 2곳 뿐입니다. 쌍용차는 보유 중인 친환경차 모델이 아예 없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친환경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3사는 모두 친환경차 메뉴를 따로 운영하고 있죠.

전기차 SM3 Z.E.로 친환경 택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르노삼성의 경우 세단/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일렉트릭으로 자사 전 차종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볼트 출시로 친환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지엠도 자사 브랜드 쉐보레 홈페이지에 EV/PHEV(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메뉴를 신설했습니다.

현대차만 유독 친환경차 메뉴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차 관계자는 “홈페이지 특성상의 분류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또 소비자들은 차를 구매할 때 준중형·중형·대형 등 등급에 따라 구분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예컨대 그랜저를 보러 온 사람들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사고, 쏘나타를 보러 온 사람들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사지 애시 당초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사러 와서 그랜저나 쏘나타를 고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환경문제에 대해 한층 높아진 소비자들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총 1309대를 판매돼 2014년 12월 출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무려 144.21% 증가한 수치죠. 대상을 친환경차 전체로 넓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에서 팔린 친환경차는 총 1만45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0%나 증가했습니다. 미세먼지 등 최근 심화되고 있는 대기오염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수준 자체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그간 큰 인기를 누려왔던 디젤차에 대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현대·기아차도 이를 알기 때문에 기아차의 경우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친환경 메뉴를 신설, 니로·K5 하이브리드·K7 하이브리드 3개 모델을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차 북미 판매법인(HMA)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으로 한층 높아진 미국 내 친환경차 선호도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Hybrid/Fuel Cell △Future Vehicles 2개의 친환경차 메뉴를 운영하고 있죠.

결국 현대차도 소비자들의 높아진 친환경 관심도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조만간 자사 홈페이지에 친환경차 메뉴를 따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에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친환경차 퍼스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친환경차를 기존모델의 개량형으로 인식하는 인식틀 자체를 깨야 한다”며 “이제는 소비자들 자체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를 사러 오지 쏘나타를 사러 왔다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사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는 ‘2016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향후 2년 내 현재 12종 뿐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28종까지 대폭 늘려 친환경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차종을 늘리고 전용모델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요? 친환경차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는 자동차업체는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