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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잘 다려놓은 하얀 와이셔츠' 기아차 K7 2.2 디젤 타보니

기사승인 [2016-05-21 09:00], 기사수정 [2016-05-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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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주행사진 03
브라운 풀시트 (저용량)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잘 다려놓은 하얀 와이셔츠가 떠올랐다. 정제된 직선과 단아한 하얀색이 어울어져 한없이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화려하지만 과하지는 않았다. K7의 첫인상은 그랬다.

K7 2.2 디젤을 탔다. 지난 18일 서울~세종의 300㎞ 구간을 달렸다. 대부분 시승은 거칠게 이뤄지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우아하게 달렸다. 운전하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시동을 켰다. 차분한 소리를 낸다. 신사 한분이 묵직한 중저음으로 말을 건네는 듯 하다. 2.2리터 디젤엔진의 ‘그르릉’ 소리가 조용히 실내를 울리고는 사라진다.

가속페달을 밟자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단 한번의 꿀렁거림도 없이 8단까지 변속이 이뤄진다. 엔진회전수(rpm)는 안정적으로 2000 수준을 유지한다. 잠깐 rpm 바늘이 움찔거리면 그제서야 ‘변속이 이뤄졌구나’ 하고 추측해볼 뿐이다. 어느 새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를 넘어 150㎞까지 가리키고 있다.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묵직한 핸들과 가속페달이 인상적이었다. 핸들을 붙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노라면 손바닥이 저릴 정도다. 다소 딱딱한 시트로부터 느껴지는 노면진동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결코 가벼운 법이 없다. 묵직했다.

K7은 에코-콤펙트-스포츠-스마트 총 4가지의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스마트모드로 설정하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행환경과 운전습관에 따라 자동으로 주행모드를 조절한다. 계기판 가운데 스마트라는 글자가 나오고 좌로, 우로 게이지가 왔다 갔다 한다. 흰색 커서가 왼쪽으로 가면 에코모드, 오른쪽으로 가면 콤펙트 또는 스포츠모드가 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차가 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3000rpm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소리가 좀 더 거칠어진다. ‘그릉그릉’거리면서 도로를 질주해나간다.

코너링, 제동력도 모두 합격점이다. 흠잡을 데가 없다. 급커브에서도 무서운 느낌은 없다. 묵직한 조향감이 안정감을 준다. 앞차가 급하게 서는 통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순식간에 시속 110㎞에서 시속 60㎞까지 속도가 줄어든다.

서울에서 출발한 게 잠깐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세종에 도착했다. 내려서 보니 창문 위에, 그리고 문 아래 둘러친 크롬 장식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4구 안개등과 오목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심심함을 던다. 특히 플라스틱 재질로 된 라디에이터 그릴 덕분에 육중한 덩치가 날렵해보인다. 백상아리의 이빨처럼 두겹의 세로 결이 촘촘이 겹쳐있다. ‘엣지있다’는 표현은 이 차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연비는 왕복 16.2 km/ℓ가 나왔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는 내내 정체와 서행을 반복했음을 고려하면 조금 손해 본 느낌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순간연비가 대부분 20㎞/ℓ대에 머물러 있었다. K7 2.2 디젤(18인치)의 공인연비가 도심 12.0㎞/ℓ, 고속도로 16.3㎞/ℓ임을 고려하면 공인연비보다 더 나온 셈이다.

경제성과 고급스러움, 운전의 재미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모델이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차다.

가격은 3360만~3390만원 사이다. 3000만원대 차량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이 차를 선택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