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불황에도 경차·고급차 "내가 제일 잘 나가"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 양극화
'1000만원대' 경차 판매량 한달새 39% 증가
'1억원대' 제네시스 판매 급증…고소득층 불황 영향 덜 받아

기사승인 [2016-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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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요 국산 완성차 판매 증가율 현황/제공=각 사


아시아투데이 강태윤 기자 =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불황으로 인한 판매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현대차 포터와 쉐보레 스파크는 월간 최다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은 각각 경기 침체기에도 잘 팔린다는 소형 상용차와 경차에 속한다.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 EQ900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포터의 내수 판매량은 1만214대로 전달(7098대)보다 43.9% 늘었다. 1987년 출시 이래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월간 베스트셀링카 1위에 등극했다. 포터는 가격이 1430만~1949만원으로 저렴해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다.

스타렉스·다마스·라보는 각각 2월 대비 38.6%, 55.8%, 28.8% 판매량이 증가했다. 그 결과 3월 소형 상용차의 총 판매량은 1만5803대로 전달(1만1105대)보다 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 증가율(34.5%)을 상회하는 수치다.

소형 상용차 시장의 증가세는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실업자들이 자영업자가 되면서 장사에 필요한 차량을 구매하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포터의 경우 지난해 연간 최다 판매량인 9만9743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스파크·모닝·레이 등 경차 시장의 판매 증가율은 39.4%로 전체 시장의 증가율(34.5%)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경차는 고정 수요층이 탄탄할 뿐 아니라 전체 차급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에 속한다. 스파크의 경우 1015만~15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스파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달 스파크는 전달보다 56.8% 늘어난 9175대가 팔렸다. 이는 2009년 세웠던 최다 판매량(7494대)를 경신한 것이다.

한국지엠 측은 “2월부터 스파크 구매 혜택으로 100만원 할인을 제공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스파크는 지엠 차량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스파크를 통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한다는 게 한국지엠의 전략이다.

불황엔 가격이 싼 차량도 많이 팔리지만 초대형 럭셔리 세단도 잘 팔린다. 고소득층은 중산층보다 불황의 영향을 덜 받아 소비를 쉽게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가 하락으로 인해 유지비 부담이 감소한 것도 한몫했다.

현재 국산차 중 가장 비싼 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의 가격은 7170만~1억1490만원이다. 올해 1월부터 판매가 본격화된 이 차량의 판매량은 2월 2476대에서 3월 3570대로 44.1% 늘었다. 현재 출고 대기 기간이 3~4개월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다.

대당 1억5000만원가량인 EQ900 리무진도 이달 1일 기준으로 총 420여대가 계약됐다. 3월 9일 출시된 이 모델은 한달도 채 안돼 지난해 에쿠스 리무진 판매량(479대)의 87.6%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