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식가의 바이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연말 출간

기사승인 [2016-03-19 06:00]

  • 확대
  • 축소
  • 인쇄
  • facebook
비벤덤 (2)-서울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레드북 발간이 확정됐다.


아시아투데이 김태진 기자 = 요즘 한국의 주목받는 트렌드는 먹는 방송, 소위 ‘먹방’이다. 먹방에서 뜨면 해당 식품은 품절이 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다. 방송을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다. 독서를 멀리하고 취미가 다양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트렌드가 있을까. 어찌보면 먹방 현상은 음식에 대한 왜곡된 관음증으로도 볼 수 있다. 먹방의 부작용이 더해지는 요즘 이를 증폭시킬 핫한 소식이 들려 온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쉐린(프랑스식 발음은 미슐랭이지만 미국식 발음인 미쉐린으로 통일) 가이드 서울편 레드북 발간이 확정됐다. 미쉐린코리아는 3월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2017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을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은 27번째로 아시아권에서는 일본(2007년)과 홍콩·마카오(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사진3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을 축하하는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아.태평양 총괄 베르나르 델마스/제공=미쉐린코리아


이날 방한한 베르나르 델마스 미쉐린 가이드 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인구 1000만 서울의 미식 수준과 외식 시장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되는 해당 국가와 도시는 세계적으로 미식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처음 발간됐다. 당시 초판 서문에 “미쉐린 가이드는 20세기 시작과 함께 태어나 세기와 더불어 지속될 것이다”라고 썼다. 무려 116년 전통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시작은 타이어를 많이 팔기 위해서였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여행을 많이 다녀야 타이어가 팔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미쉐린 타이어 창업자인 앙드레·에두아르 미쉐린 형제는 운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간해 무료로 나눠줬다. 타이어 교체방법부터 주유소의 위치, 여행 중 요긴한 맛집 정보, 숙박 시설을 담은 400페이지 분량이다. 처음 프랑스 내에 있는 3500여개의 호텔과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알파벳순으로 정리했다. 표지가 빨간색이라 ‘레드 가이드’로 불렸다.

이 책은 1920년부터 유료로 판매됐다. 당시 앙드레 미쉐린이 타이어 매장을 방문했을 때 미쉐린 가이드가 작업대 받침대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대표적인 식당 지침서로 명성을 얻었다. 오늘날에는 ‘미식가들의 바이블’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최고의 권위와 인정받는다.

수많은 셰프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미쉐린 스타’는 1926년 도입됐다. 처음에는 유명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5년 뒤인 1931년 별점에 등급이 생겼다. 1개(★)부터 3개(★★★)까지 별점을 매긴다. 1스타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 2스타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식당, 3스타는 오직 그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을 의미한다.

아울러 1930년대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평가원이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미쉐린 그룹의 정규직으로 채용돼 공정성을 지켜왔다. 평가원은 레스토랑과 호텔 등의 정보 뿐 아니라 각 업체마다 별점을 부여한다. 이 별점은 평가단이 임의의 레스토랑에 한 해 5~7차례 정도 불시에 찾아와 레스토랑의 수준을 점검하고 난 뒤에 매겨진다. 식당의 맛뿐만 아니라 위치·인테리어·서비스 등 많은 부분이 기준이 된다.

사진2(안들어감)
미쉐린 가이드 평가 기준을 설명하는 미쉐린코리아 김보형 사장/제공=미쉐린코리아


미쉐린코리아 김보형 사장은 평가 기준에 대해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의 풍미와 완벽성,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의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과 지속성 등 5가지”라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 별점을 받은 식당은 몇 달간 예약이 밀릴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3스타 셰프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 대비 음식맛이 좋은 일반 식당에는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빕 구르망’을 부여한다. 식당의 서비스와 분위기, 인테리어, 가구와 자재 등의 평가에는 포크와 나이프 1~5개를 부여한다. 맛은 훌륭하지만 서비스가 엉망인 식당은 별 3개와 포크와 나이프 1개를 받는 식이다.

이르면 4월부터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을 결정할 ‘암행 평가원’이 파견된다. 이들은 익명의 손님으로서 레스토랑을 방문해 후보지를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별 부여를 결정한다. 통상 정장을 차려 입은 2,3명이 불시에 식당을 방문한다. 서울판 평가단에는 한국인도 포함됐다고 한다. 아무리 암행방문이라 해도 영화 <더 셰프>처럼 평가단을 알아볼 수는 없을까?

박스 첫번째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로 인정받는 미쉐린 가이드/제공=미쉐린


☞미쉐린 가이드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다. ‘레드’와 ‘그린’ 두 가지 버전이 출판된다. 레드 시리즈는 400쪽이 넘는 분량에 해당 국가의 식당과 호텔 정보를 담아낸다. 그린 시리즈는 150쪽 분량으로 유럽·일본·싱가포르·태국·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52개국의 식당과 호텔 정보를 포함한다. 서울 레드북은 미쉐린 가이드의 27번째 에디션이다. 국문과 영문 합본으로 매년 평가를 갱신해 개정판을 발간한다. 책자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해외 여행을 갈 때 어떤 식당을 갈지 고민된다면 ‘미쉐린 가이드’를 참고하는 게 상책이다.

☞미쉐린
세계 최대의 타이어 업체로 전 세계 170개국에서 12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2억 유로(약 30조원)를 기록했다. 미쉐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1889년 창업이래 120년 넘게 줄곧 창업 일가가 최고경영자를 맡아왔다. 2006년 창업자 가문인 에두아르 미슐랭이 보트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후 미슐랭 일가의 이종 사촌인 미셸 올리에가 등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후계자인 에두아르의 아들은 대학생이다. 지금도 창업일가가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 도미니크 스나르(63) 미쉐린 회장은 가족 경영 전통에 대해 “창업 일가가 대대로 맡으면서 종업원 존중과 기술혁신의 유전자가 그대로 전승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필자에게 말한 바 있다. 미쉐린은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고 기술혁신으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기업문화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