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애플 구글이 자동차산업 주도… 자동차 바뀔 것인가 바꿀 것인가?

월가 애널리스트, 전통 자동차업체 밸루에이션 절하
테슬라 주가 450달러,포드 15달러 잡아
애플 유동자산 300조원의 10%로 포드 주식 60% 매입가능

기사승인 [2016-02-18 13:11], 기사수정 [2016-02-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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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 stand at NAIAS 2016

모빌리스타 박상원 에디터 =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혁신적 변화의 길을 걷는다. 방어하는 자동차 업체와 공격하는 IT 업체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IT 업체가 우세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혁신은 100년이 넘은 기계적 유산인 완성차 업체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가 없어요. 주식시장이 말합니다. 이런 장면은 이미 다 른 산업에서도 많이 봤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혁 신적으로 바뀔 겁니다. 하지만 그 혁신은 100년 이 된 기계적 유산인 완성차 업체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2016년 1월12일, 디트로이트 모터쇼 기간 중 열린 도이치방크(Deutsche Bank, 독일 최대 은 행) 자동차 컨퍼런스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에 대해 포문을 연 사람은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미국 투자 은행)의 매니징 디렉터인 아담 조나스였다.

그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자동차에 적극 투자를 추천하는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또한 테슬라 주가를 450달러로 산정한 반면 포드 주가는 15달러로 잡아 테슬라 자동차의 시가총액이 포드보다 2조4000억원이 많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포드의 2015년 글로벌 판매량이 테슬라보다 최소 120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포드 600만대 이상, 테슬라 5만대 이상 예상).

조나스 처럼 자동차 애널리스트 일을 했던 내가 판단하기에도 이러한 주장은 과한 점이 있다. 같은 날 컨퍼런스에서 조나스의 맞은편에 앉아 ‘혁신의 대상이 된’ 완성차 업체를 대표한 사람은 포드 자동차의 마크 필즈 사장이었다.

조나스가 평가 절하한 포드는 2015년 역대 최고 매출 및 수익(순수익 기준 2015년 12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포드의 2016년 판매 및 수익성이 2015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토론회가 열리던 시점에 포드의 주가는 1년 전인 2015년 1월보다 무려 19%가 떨어졌다.

Raj Nair introduces 2017 Ford Fusion at NAIAS
월가는 포드 및 완성차 업체의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월가의 금융인들은 최고의 실적을 올 리는 포드 및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를 왜 그토록 비관적으로 보고 있을까? 그 실마리는 “혁신은 100년이 넘은 기계적 유산인 완성차 업체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라는 조나스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뉴욕시에 위치한 월스트리트가 어떤 곳인가. 미국 및 서방 자본주의의 심장인 동시에 두뇌인 곳으로 전세계 금융기관의 핵심 지역이다. 미국 경제 발전에 있어서 200년 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주도하고, 보조하고, 망치기도 했었다.

월 가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최대 금융사인 제이피 모건과 제너 일렉트릭 간의 관계다. 금융제국 제이피 모건의 창업자 아들인 제이피 모건 주니어는 토마스 에디슨을 고용했다. 에디슨은 훗날 미국의 최대 제조업체가 된 GE를 만들었다.

이처럼 월가의 자본가들은 수많은 산업-미국의 철강·가전· 조선·자동차 등-의 명멸을 목격해 왔다. 지난 1980년대 이후에는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된 IT산업이 얼마나 많은 전통 산업을 뒤흔들어 왔는지 지켜보고 참여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을 무너뜨리고, 애플이 음반·영화·통신 산업을 뒤흔들어 왔다. 구글이 지식산업의 근간을 변화시키던 현장에 월가가 있었다. 전례 없는 실적을 올린 포드의 필즈 사장도 월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자동차 애널리스트의 공격을 전면 부인 하지는 않았다.

월가의 위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담, 완성차 업체가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포드는 이러한 도전에 응해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Mark Fields at NAIAS
포드의 마크 필즈 사장은 완성차 업체는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완성차 업체는 IT 업체와 긴밀한 협력
2016년 1월,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최고 임원들에게는 디트로이트에서 조나스의 공격을 막아야 했던 필즈 사장만큼 바빴다. 연초부터 이들의 동선을 보면 지난해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 업체들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유난할 정도로 빠듯했다.

우선 BMW는 1월 12일, 하랄드 쿠르거 회장이 2016년 첫 해외 출장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회사에서는 뛰어난 실적을 올린 한국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고급차 분야에서 최고의 판매 성장률을 보이는 BMW의 수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는 물론 디트로이트 모터쇼까지 제쳐두고 방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BMW 하랄드 크루거 사장
BMW 드라이빙 센터 투어 중인 하랄드 크루거 BMW 그룹 회장(가운데).

쿠르거 회장의 방한은 2011년 이후 두 번째였고 CEO가 된 이후 첫 방문이었다는 사실이 그의 방문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및 관련기술 개발을 위해 삼성 또는 LG의 최고임 원들과 만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벤츠 또한 바빴다. 모회사인 다임러 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비슷한 시기인 1월 중순 실리콘 밸리를 방문했다. 그는 현지 컨퍼런스에서 60개의 IT회사들을 만나 다임러와의 향후 협력을 논의했다.

Mercedes-Benz at the NAIAS, Detroit 2016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연초에 실리콘 밸리를 방문해 IT 업체와 협력을 논의했다.

독일로 귀국한 후에는 ‘벨트 암 손타그’와의 인터뷰 에서 실리콘 밸리 방문 소감을 밝혔다. “애플과 구글은 우리 예상보다 빨리 자동차(또는 자동차 기술) 개발을 진척시키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완성차 업체들의 극단적인 발언은 전세계 언론을 흥분시킨다.

100년 이 넘은 거대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서 이미 있던 업체와 신규 업체 사이의 충돌이 마치 서부영화 ‘오케이 목장의 결투’인 듯 기사화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완성차 업체들은 모건 스탠리 조나스의 말처럼 미래가 불투명할까? 그렇지 않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70% 이 상은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자동차 그룹이 장악한지 오래다. 이들의 본사 국적은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한국·일본 등 6개 국가 밖에 되지 않는다. 경영학으로 말하자면 과점(oligopoly, 소수 의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태)이다. 아직까지도 중국 업체들이 포함되지 못한 사실은 이 체제가 얼마나 견고한 지 보여준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들에 낮은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의 시가 총액 산정)을 준다. 그들 또한 테슬라나 애플 등 IT 강자들의 자동차 산업 진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테슬라 모델 X
테슬라 모델 X

우선 테슬라는 모델 X의 날개처럼 열리는 도어의 품질 부실로 생산이 더뎌지자 업체를 뒤늦게 교체하고 원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애플은 애플카 개발을 이끌던 부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하는 등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심한 난기류를 겪고 있다. 구글은 자동차 시장 진입에 있어서 제조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를 찾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자동차 공장

이들 신규 진입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제조 부문에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자동차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이 2만개다. 상위 10개 자동차 회사들이 대략 연간 수백만 대 단위를 생산한다. 전세계에 공장이 있어야 하고 공장 하나마다 생산 직원이 3000 명이다.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1조원이 들어간다. 이런 수치는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거대하고 복잡한지 말해준다.

혁신은 완성차 업체에서 나올 수도 있어
구글·애플·우버 등 자동차 산업에 진입 중인 IT회사들의 자금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다. 애플의 유동성 자산은 대략 300조원이 넘는다. 미래를 위해 자동차 산업에 10%만 투자해도 포드의 주식 60%를 단숨에 살 수 있다.

구글 무인차
구글 무인차.

문제는 돈이 있다고 해서 사업이 잘 되리라는 법은 없다. 제조분야에서의 경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전기 및 전자에 강한 IT회사들은 이 부분이 취약하다. 자리를 잡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IT 경쟁자들 에 비해 IT에 대한 노하우나 자본은 부족하다. 하지만 자동차 개발은 물론 제조 능력은 세계 최고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애플이나 테슬라에 근무했던 인재들을 역으로 채용해 미래 변화에 적 대응한다.

GM의 경우 이미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에 5억 달러(6천억원)을 투자하고 자체적인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메이븐(Maven)을 시작했다.

GM Launches Personal Mobility Brand: Maven
GM은 우버 경쟁사인 리프트에 투자하고 자체 자동차 공유 서비스 메이븐을 시작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애플에서 자동차 개발에 참여했던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이 IT업체들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다.

월가 자본가들은 IT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리라는 주장에 표를 던지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지켜본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변화의 물결이 휩쓸고 있다.

방어하는 자와 공격하는 자 사이에 산업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 이 2016년 새해 시작부터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된다. 조나스의 예상과 달리 혁신은 100년이 넘은 기계적 유산인 완성차 업체에서도 분명 나올 수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포드의 마크 필즈 사장, 서울에서 BMW 하랄드 크루거 회장, 실리콘 밸리에서 다임러 그룹 디터 제체 회장이 보여줬던 모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