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 0 | SNS의 발달로 전세계에 클래식카 열풍이 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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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스타 신홍재 에디터 = 자동차 소유주가 주축이 된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는 주행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잘 활용하면 자동차 성능과 품질을 개선하는 최적의 서포터다.
지금 전세계에 클래식카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열풍의 주역은 인터넷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새로 떠오른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이다. 개인이 업로드한 사진을 전 세계인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이어 SNS의 대세다. 공교롭게도 인스타그램의 주인은 페이스북이다.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스타그램은 주요 SNS로 자리를 잡았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밤낮으로 자신의 사진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다. 가장 인기 있는 사진은 단연 자동차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차가 인기가 많다. 가장 인정받는 아름다운 차는 슈퍼카나 비싼 차가 아니다. 오늘날 보기 힘든 클래식카가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 Bulli Werkstatt | 0 | 현재 복원 기술은 클래식카를 신차로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제공=폴크스바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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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신차 수준으로 복원한 클래식카의 인기가 엄청나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신차 디자인에 질려있다는 반증이다. 인스타그램은 국내에서도 가파르게 성장중이다. 이 영향은 국내 클래식카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클래식카의 불모지로 불린 대한민국에 새로운 문화가 빠른 속도로 부상한다.
| 클래식카 (3) | 0 | 상태 좋은 클래식카의 실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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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클래식카는 소수만의 영역이었다.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풀 꺾였지만 현대자동차 갤로퍼 복원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갤로퍼 마니아들은 갤로퍼 복원을 졸업하고 수입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마니아의 숫자는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갤로퍼 수요가 급증하자 중고차 시세도 폭등했다. 새로 입문하는 마니아들에게 높은 가격은 큰 장벽이다. 그들의 눈길은 오히려 클래식 수입차로 향한다. 다소 황당한 이유인데, 클래식 수입차와 갤로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이 분야는 현재 빠른 속도로 커지는 중이다.
| 클래식카 (5) | 0 | 해외에는 클래식카 모임이 활발하다. 국내에도 클래식카 열풍이 서서히 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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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행문화는 LTE급 속도로 퍼져나간다.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래됐다고 모두 클래식카는 아니다. SNS에서 인정받는 차여야 한다. 클래식 카로 손꼽히는 차는 몇 가지 공식을 따른다. 첫째, 디자인이 훌륭해야 한다. 둘째, 정비정보가 많아야 한다. 셋째, 동호회가 활성화된 모델이어야 한다.
오래된 차를 복원해 타지만 보기 아름다워야 하고 정비도 수월하고 정보가 많아야 한다. 클래식카 모임은 1990년대 말부터 해외에서 활성화됐다. 오너들끼리 엄청난 양의 정보를 공유한다. 유지보수·복원·매물 관련 정보가 대부분이다. 이 정보는 자동차 제작사에게도 중요하다. 동호인들이 겪으면서 발견한 결함 및 나쁜 증상들은 고스란히 인터넷에 쌓인다. 제작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빅 데이터 기반이다.
| M3 히스토리 | 0 | BMW 미국법인은 동호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한다/제공=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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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미국법인은 소비자가 겪는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해 북미에서 가장 활발한 BMW 동호회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소비자가 차의 문제점을 문의하면 BMW 담당 직원은 실시간으로 답변을 올린다. 심지어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차에 관한 질문까지 즉시 답변한다.
동호회를 통해 쌓인 데이터는 매우 흥미롭다. 과거 모델들을 분석해 보면 BMW가 겪는 고질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고차를 사는 고객은 문제점을 사전에 조사해보고 차를 살 수 있고 BMW 본사는 신차를 개발할 때 참고한다. 이 데이터는 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좋은 예가 BMW 3시리즈 중 코드명 E90/92로 불리는 M3 모델이다. 이 M3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된 고성능차다. 전 세대 오너들이 겪은 불만과 결함을 모두 해소해 완벽에 가까운 모델로 성장했다. 이전 M3였던 E46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생산됐다. 디자인은 지금까지 나온 M3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로 평가받지만 고질병이 많아 오너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 E46 M3 (2) | 0 | BMW E46 M3는 후륜 차대가 약해 드리프트가 쉽다. 단점이자 장점이다/제공=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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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가 후륜 차대 찢어짐 현상이다. BMW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할 것이다. BMW 차체는 독일차 중 약하기로 유명하다. 강성이 떨어지는 후륜 차대는 강성이 강한 차보다 상대적으로 후륜 그립이 취약하다. 다시 말해 드리프트가 쉽다. 이 아찔한 드리프트 경험은 중독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과거 BMW에 열광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고성능차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에겐 정말 중독적이고 차를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실제로 찢어진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E46 3시리즈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조사를 통해 M3뿐만 아닌 일반 3시리즈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BMW E92 M3 | 0 | BMW E90/92 M3는 문제점을 해결해 완성도를 높였다/제공=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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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USA는 이로 인해 무상으로 후륜 차대를 신품으로 교체해준다(정말 안타깝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 BMW는 후속 모델인 E90/92 차대부터는 후륜 차대를 더욱 강하게 설계해 이런 현상이 말끔히 해소됐다. 이후 출시되는 BMW 모델의 차대는 매우 단단해졌다. 인터넷 동호회가 자동차 품질 개선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예다.
이런 사례가 또 있다. BMW는 고성능 엔진으로 유명하다. 단연 가솔린이 최고봉이다. BMW의 가솔린 엔진에는 BMW만의 기술이 숨어있다. 1990년대 초 도입한 바노스라는 기술이다. 바노스는 가솔린 엔진으로 디젤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가속력을 만들어낸다. 초기 토크값이 높고 엔진 전회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 더블 바노스 | 0 | BMW 바노스 기술/제공=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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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내구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발견됐다. 해외 동호회는 바노스의 내구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취약한 부품들의 정보를 활발히 공유했다. 바노스는 엔진 안에 있어서 수리하려면 엔진을 뜯어야 한다. 보배드림의 한 M5 소유주는 ‘BMW 엔진은 마치 소모품과 같다’고 조롱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잦은 증상은 고스란히 데이터로 남아 BMW가 더욱 완벽한 차를 만드는데 또 한 번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출시된 BMW 가솔린 엔진은 내구성이 많이 향상됐다.
| BMW 체인 | 0 | 체인을 이용하는 BMW 엔진/제공=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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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해당되는 사례도 있다. BMW코리아는 디젤 엔진에 주력한다. 뛰어난 연료 효율성과 할인율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엔진도 큰 문제가 있다. 자동차 엔진에는 타이밍 벨트가 있는데 일정 주행거리와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교체의 번거로움과 정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벨트대신 체인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체인은 끊어질 염려가 없고 반영구적이다.
BMW는 교환이 필요 없는 타이밍 체인을 엔진 깊숙이 넣었다. 끊어질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엔진을 차체에서 분리하지 않고서는 교환하기 힘든 구조로 만들었다. 사단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 BBC로 ‘체인이 끊어진다’는 제보가 심심치 않게 들어왔고 사실로 드러났다.
이 이야기는 국내 동호회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이 현상을 겪은 소유주도 있다. BMW코리아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해 말부터 리콜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 P90074387 | 0 | 직분사 엔진은 성능 개선 효과가 크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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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사 엔진도 그 중 하나다. 최근 가솔린 엔진들은 직분사를 앞다퉈 적용한다. 직분사 엔진은 카본 찌꺼기가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쌓인다. 이미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된 상태다. 심지어 엔진을 분해해 숟가락으로 찌꺼기를 퍼내고 청소한 뒤 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앞으로 각 업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흥미롭게 지켜 볼 일이다.
인터넷 동호회에는 여러 모델에 대한 엄청난 정보로 넘쳐난다. 제작사는 보다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BMW는 의사결정이 매우 빠르다. 보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회사다.
모든 자동차 회사가 BMW 같지는 않다. 인터넷 동호회 의견에 귀를 닫고 나 몰라라 하는 자동차 회사도 있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무시하고 어물쩍 넘어가느냐는 전적으로 회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 결과의 차이는 훗날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