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모터스포츠는 환경파괴 범죄자?

1939년 시속 400km 경주차 개발
70년대 고유가,80년대 환경론자 등장

기사승인 [2016-02-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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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versary magazine Motorsports


모빌리스타 이승우 에디터 =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진정한 스포츠는 등산·투우·레이싱 세 가지 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단순한 놀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세 가지 스포츠의 공통점은 극한의 순간까지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생명의 한계까지 극복해야 한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바이크의 발명과 궤를 같이 한다. 모터스포츠의 첫 번째 황금기는 1920~1930년대다.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알파 로메오와 푸조,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 토 우니온, 메르세데스 등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였다. 베른 로젠마이어와 루돌프 카라치올라는 당시 전설적인 영웅이었고 국가적 추앙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지만 전쟁이 끝난 후 모터스포츠는 다시 부활했다. 르망·뉘르부르크링 같은 전통 경주장에는 레이싱에 굶주린 수십만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전후 폐허의 상황에서 보잘 것 없는 경주차들의 경쟁에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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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는 자동차와 함께 발전했다


모터스포츠의 첫번째 위기
부활한 모터스포츠가 직면한 첫 번째 시련은 안전 문제였다. 기술 발달은 이미 1939년에 시속 400km에 이르는 경주차를 개발할 정도에 이르렀다. 드라이버는 안전벨트도 없이 그야말 로 목숨을 내놓고 달려야 했다. 경주차가 관중 을 들이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1955년 르망 대회에서는 벤츠 300 SLR이 관람석으로 돌진해 무려 83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 예 모터스포츠에서 철수했다. 스위스처럼 모터스포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생겨났다. 모터스포츠는 점진적 개선을 통해 안전에 대 한 자생력을 키웠다. 기술 발전이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안전벨트와 브레이크 디스크 등이 개발됐다. 경주장 안전규정 강화와 관중 보호 대책 개선 등으로 관중들이 피해 보는 일도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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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르망에서 대참사를 일으킨 벤츠 300 SLR 경주차의 잔해. 환경 문제 이전에는 안전이 큰 이슈였다.


2005년 미국 F1 그랑프리에서 도요타팀의 랄프 슈마허 선수가 시속 200km 속도로 벽에 부딪혔을 때 받은 충격은 자그마치 몸무게의 80배였다. 안전장치 덕분에 그의 몸은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자동차경주 선수들이 다른 스포츠에서 부상을 입을지언정 경주를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지속적인 기술발전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 모터스포츠를 살렸다.

환경 인식 증대는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과제
1970년대 중반부터 모터스포츠가 직면한 새로운 위기는 환경 문제였다.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한 것이 오일쇼크다. ‘자원은 영원하다’고 믿었던 서구 세계에서 오일쇼크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음을 각인시켰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모터스포츠는 가뜩이나 값이 치솟는 기름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사치로 여겨졌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는 F1과 같은 전문적인 경주는 물론 일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각종 자동차 경주에 참가했다. 모터스포츠는 광범위하게 대중 속으로 스며들었다. 많은 동호회와 클럽이 일반도로와 산과 들에서 경주를 즐겼다. 공공 도로 경주와 산악 경주, 랠리 등 이 성행했고 많은 관객들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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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이뤄지는 모터스포츠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행사들은 인근 거주민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끼쳤다. 동식물 및 생태계 파괴도 문제가 됐다. 모터스포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공격 호재였다. 그들의 목표는 모터스포츠의 완전한 철폐였다.

공공 도로에서 행하는 일체의 모터스포츠 행사를 금지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로 인해 1980년대부터는 랠리나 산악 경주 허가를 받기 어려워졌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던 샤우인스랜드 산악 경주나 포더팔츠 랠리 등이 사라졌다. 모터스포츠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에 영향을 주는 행사를 자발적으로 축소하고 소음을 규제하는 등 환경에 대해 보다 진보한 조치를 취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때로는 환경 보호론자들의 요구와 사회·경제 분야의 요구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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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영역 중 하나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레저 활동이다. 모터스포츠 역시 그 핵심에 서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모터스포츠는 환경과 때때로 반목과 협력을 이루며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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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모터스포츠에서 개발 된 환경보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모터 스포츠라는 영역 안에서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기술(Technique), 조직(Organization), 인프라(Infrastructure) 구축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총체적 구조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당사자들, 예를 들어 자동차 경 주장 운영자, 경기 주최자(프로모터), 협회, 레이스 팀, 경주차 제작자, 스폰서 등을 통해 구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