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무인차가 바꿀 세상

기사승인 [2016-01-04 06:00]

  • 확대
  • 축소
  • 인쇄
  • facebook
박상원
박상원 UL코리아 자동차사업부장


요즘 무인차는 구글이나 애플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두 회사는 자동차 업체가 아닌 정보통신 업계의 거두다. 이런 논거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자동차 업계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연합(이하 FCA)의 최고경영자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사장이 지난해 4월 실적투자가(IR) 콘퍼런스 콜에서 내놓은 보고서 파문이다.

이 자료에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구글이나 애플이 이끌 것”이라며 “이런 시대에 FCA가 살아 남으려면 회사를 매각하거나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줬다.

스위스계 거대 은행인 UBS 부회장 출신인 마르치오네의 언급은 사실 자동차 산업 모두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완성차 업체들은 더 많은 연구개발비의 노예가 되고, 궁극적으로 지금의 신차를 개발해 판매하는 사업모델은 갈수록 유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자동차 산업은 인류의 근대사에 있어 어느 산업보다도 영향력이 컸다. 1920년대 포드자동차는 새로운 임금체계와 생산방식을 통해 미국의 근대 중산층을 탄생시켰다. 1950년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적기생산(適期生産) 방식을 고안해 산업계 전반의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급속한 기술 발전 및 친환경을 강조하는 미국·유럽연합(EU) 정부의 노력은 자동차 업체에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마르치오네 회장에 따르면 오늘날 완성차 업체는 무한대의 자본투자 요구를 받는다.

연비향상 및 매연 절감의 과제에도 대응해야 하고 현재 사업모델의 핵심인 내연기관의 연구도 계속해야 한다.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에도 투자하고 무인차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의 발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몇 갑절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야 할 상황이다.

마르치오네가 판단한 최대의 문제는 엄청난 연구개발비 가운데 상당액이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된다는 것이다.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45%는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 간의 차별을 느끼기 어려운 분야였다.55%만이 소비자가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전기차(BEV)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지면서 부품 수가 8000개로 줄어든다. 기존 내연기관 차는 통상 2만개 부품이 필요하다. 부품 숫자가 60%나 감소한다. 이는 현재 완성차 업체가 투자한 휘발유, 디젤을 쓰는 내연기관과 변속기 부품의 무효화를 의미한다.

기존에 투자한 설비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자동차 및 부품업체는 BEV의 대중화를 반길 수 없다. 전기차를 통해 완성차 제조에 진입하려는 IT업체들은 그러한 과거에 얽매이는 비용이 없어져 더 유리해진다.

마르치오네 사장의 걱정처럼 자동차 산업은 향후 15년 이내 상상하기 어려운 격변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최근 전세계 택시업계에 공적인 우버가 무인차의 대중화에 힘 입어 세계 최대의 렌트카 또는 리스운용업체로 부상할 것이다. 거대 완성차 업체는 휴대폰을 찍어 내는 폭스콘처럼 자동차 공유경제의 상징인 우버의 무인차를 조달하는 제조업체로 전락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