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취재뒷담화]MK 기다리는 현대차 강남사옥 직원들

기사승인 [2015-10-01 06:00]

  • 확대
  • 축소
  • 인쇄
  • facebook
몽구몽구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평일 낮 12시. 서울 삼성동 ‘현대차그룹 강남사옥’에서 비즈니스 캐쥬얼 복장의 회사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완연한 가을 날씨와 잘 어울리는 트렌치코트도 간간히 보입니다. 다소 자유분방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 직원들입니다. 지난 2월 첫 입주가 시작된 이래 핵심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등 5개 계열사 직원 1000여명이 옮겨왔습니다.

#같은 시각, 강남사옥에서 10㎞도 떨어져 있지 않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에서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구내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질서정연해보이고 규율이 잘 잡혀 있는 느낌입니다. 아직 더운 날씨 탓에 전반적으로 노-타이 차림이 많지만 긴팔 셔츠에 넥타이까지 갖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띱니다.

양 사옥의 분위기가 이처럼 판이한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삼성동과 양재동의 차이일까요? 지역특색이라고 하기에 양 사옥은 너무 가깝습니다. 직선거리로 5㎞, 차로 가면 2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현재 강남사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직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한 직원은 “회장님이나 부회장님 아무도 안 오시니까요. (이사온지)한 200일쯤 됐는데 한번도 안 오셨어요. 회장님하고 같은 건물 쓰는 양재동보다 자유로울 수밖에요”라며 “설마 오시겠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말인즉슨 정장을 좋아하는 그룹 오너가 강남사옥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복장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 무채색 정장을 반듯하게 갖춰 입고 다니기로 유명한데요. 그에 따라 현대차그룹 복장규정도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양재동 사옥 구내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직원들도 하나같이 ‘무채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깁니다. 평소 정 회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현장을 찾아 다니는 행동파로 유명한데요. 본사에서 불과 10㎞도 안 떨어진 강남사옥에 정말 단 한차례도 방문하지 않았을까요? 정 회장이 이 곳에 무려 10조5500억을 배팅한 이유가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한데 모아 직접 챙기고 시너지를 발휘하게 하기 위함’임을 떠올린다면 언듯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 모르게 다녀갔을 수 있지 않냐고 다그쳐 물어봤습니다.

그 직원은 “오너가 방문하면 미리 다 알고 몇일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복장도 단속하고, 정리정돈도 시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너가 아무도 모르게 다녀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며 되물었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측은 “오너 동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함구했죠.

삼성동 강남사옥 첫 입주가 이뤄진 지도 230여일이나 지났습니다. 재차 ‘오늘도 안 오셨냐’고 묻자 한 직원은 “아마 안 오셨을 거에요. 정장 한번 쫙 빼 입게 한번 언제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