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의눈] 거위(현대차)가 살아야 노조도 황금알 얻는다

기사승인 [2015-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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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원 산업부 기자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대차그룹 노사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떠오른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업계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매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모습이 자연스레 욕심 많은 농부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지연되고 있다. 여름부터 이어온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의 ‘하투(하계투쟁)’는 초가을을 넘어 추석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잔업 중단에 들어갔고, 19일부터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 △해외공장 생산량 합의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등으로 요약된다. 임금은 올리고, 기득권도 지키고, 피해는 안 보겠다는 심사다. 거위에 대고 더 큰 황금알을 내놓으라고, 하루에 한 알로는 성이 차지 않으니 한 알을 더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파업 찬반투표도 가결됐으니 여차하면 ‘파업’이라는 칼을 휘둘러 거위의 배를 가를 태세다.

하지만 이미 황금알을 내놓은 거위는 더 내놓을 알이 없다. 심지어 그 거위의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면 더욱 더 그렇다. 올 2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가 넘게 떨어졌다. 내수 시장 점유율은 점점 더 떨어져 60% 중반대까지 추락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는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는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거위를 살려 영원히 황금알을 얻을지, 기어이 배를 갈라 평범한 농부로 돌아갈 것인지는 칼을 쥔 노조 손에 달렸다.

파업으로 결국 문을 닫은 유럽 2위 자동차업체 PSA 푸조·시트로엥 프랑스 오네 공장 사례를 기억하는가. 거위가 살아야 노조도 황금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