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의눈] 서울시-강남구 밥그릇 싸움에 속타는 현대차

기사승인 [2015-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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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3 현대자동차그룹 GBC 조감도(한전부지)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비즈니스 타워(GBC) 조감도.


아시아투데이 홍정원 기자 =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강남구가 최근 현대자동차가 제출한 ‘한전용지 내 삼성변전소 증축기 이전 계획안’을 반려하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거부 이유야 건축법에서 찾아냈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서울시와 강남구가 잿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잿밥은 최근 현대자동차가 납부한 1조7000억원의 한전부지개발 공공기여금. ‘공공’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갖는 이 돈의 사용방안을 가지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정면 충돌했다. 현대차로부터 이 돈을 직접 받은 서울시는 당연히 서울 곳곳에 쓰겠다는 입장이고, 강남구청은 한전부지가 있는 강남구에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새누리당 출신인 것도 한 몫했다.

그 통에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뒤집어 쓰게 됐다. 현대차가 이 부지에 짓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가 완공됐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총 262조6000억원. 132만4000명의 고용창출효과도 덤으로 따라온다. 그러나 두 지자체가 싸우는 기간만큼 이 모든 경제적 효과가 뒤로 늦춰질 전망이다.

사업을 시작해야 할 현대차의 속은 아예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빨리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삼성동 GBC에 모아야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정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늦어지는 기간만큼 비용도 늘어난다.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현대차 계열사들은 임대료로만 1년에 2400억원 이상을 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이 부지 매입에 성공한 직후 “외국기업이 아닌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마음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10조5500억원의 돈이 국민을 위해 쓰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했던 말일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 회장의 마음도 이럴진대,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할 지자체가 잿밥을 두고 싸우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하물며 급히 쓰일 데가 있는 남의 밥그릇(한전부지)을 인질로 두고 벌이는 싸움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