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차 연구소 직원들이 맥주만 찾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5-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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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최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는 ‘맥주만’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회식 때 소주를 못 마시게 해서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음주 문화를 전파중인 것일까요?

연구소 직원들이 맥주만을 외치는 이유는 바로 4월 1일부터 출근한 ‘알버트 비어만(58)’ 부사장 때문입니다. 비어만 부사장은 남양연구소에서 차량시험 및 고성능차 개발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름이 ‘비어(맥주)만’이다 보니 직원들이 친근감의 표시로 ‘맥주만’을 외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단지 이름 때문에 일어난 헤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남양연구소의 ‘맥주만” 열풍은 거세다고 합니다.

갓 부임한 직원부터 관리직에 있는 직원까지 누구나 입을 모아 “맥주만”을 외치는 이 상황. 과연 이름 때문일까요?

맥주만이 남양연구소의 유행어가 된 것은 현재 현대·기아차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대차는 최근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다른 나라 차를 베끼던 수준에서 이제는 연간 800만대를 생산하는 전 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경차부터 미래형 차량의 정점이라 평가 받는 수소연료전지차(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까지 모든 종류의 차량을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게 아직 해결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바로 ‘고성능차량’입니다. 오늘날 고성능차는 기술력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현대·기아차가 프리미엄 업체들과 경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기도 하죠.

벤츠·BMW·아우디 같은 업체들은 진작부터 최고 속도 300km/h, 500마력을 넘어가는 고성능차량 개발에 앞장서 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성능차량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대세’가 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유독 고성능차량 분야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습니다. 만약 고성능차량에서 성과를 보인다면 현대·기아차는 ‘전 자동차 분야를 섭렵하는 몇 안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맥주만’을 외치는 것은 그만큼 고성능차량 개발에 목말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비어만 부사장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만큼 성과를 나타내야 합니다.

물론 중책을 짊어진 만큼 험난한 과정도 예상됩니다. 문화도 다른 만큼 적응하는 시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자마자 한국식 별명을 지어주고 자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요?

맥주만 부사장과 현대차 연구소 직원들이 어떤 대형사고(?)를 칠지 세계 자동차 업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