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의눈]현대차-국민카드 신경전, 고율의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 몫

기사승인 [2014-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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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수첩용 사진
산업부/차장


아시아투데이 김종훈 기자 =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들과 신경전을 벌이던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에 가맹점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자동차회사 대표로 총대를 멨다.

카드사는 사실상 가맹점엔 ‘갑’이다. 지갑에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점유율이 높은 카드사일수록 가맹점의 요구엔 묵묵부답이다. 싫으면 말라는 식이다. 카드사는 이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형마트 등과도 종종 갈등을 벌인다. 통상은 소비자 불편 탓으로 돌리지만 길게 싸워도 수수료가 낮아져야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비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는 KB국민카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차가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KB국민카드부터 순차적으로 카드사 계약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이 캐피털사와 계약을 맺고 할부로 차를 살 때 중간에 카드결제 단계를 끼워넣는 것이다. 카드로 긁을 때 생기는 수수료 1.9%는 현대자동차가 내는 것이고 이를 캐피탈사와 카드사 등이 나눠 갖게 된다. 굳이 카드로 결제하지 않은면 절약되는 돈이다.

은행에 대출받을 때 카드사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듯 한단계 더 거치는 구조를 만들면 이자만 늘어나는 꼴이 된다.
일반 할부계약으로 차를 사면 되는 것을 굳이 카드결제 단계를 넣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캐피탈사와 계약하고 할부금은 자동이체해도 고객은 아무런 불편이없다. 현대자동차 등이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로 나가는 돈은 연간 1000억원가량이다. 지난달 초 현대자동차는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내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를 지금의 1.9%에서 0.7%로 낮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복합할부 취급액 규모는 현대카드 1조5500억원, 삼성카드 1조2500억원, 신한카드 6600억원, KB국민카드 1650억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현대차의 요청으로 복합할부를 중단한 상태여서 나머지 카드사간 협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164억원이던 복합할부 카드 수수료는 지난해 431.7% 증가한 872억원으로 늘어났다.

고율의 복합할부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현대차도 이 인하분을 고객의 혜택으로 돌려야 한다. 금융당국도 굳이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면 캐피탈사와 자동차사 간의 차 판매 할부계약 시 카드결제 끼워넣기 세부 규정을 까다롭게 해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아무리 가계부채를 줄이려 금리 혜택을 줘도 실생활에서 이같은 고율의 불필요한 수수료가 하나씩 늘어나면 가계부채를 부채질 하게 되는 것이다.